[비즈니스포스트] 은행권에서 연 4% 이자를 주는 정기예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19곳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은 모두 37개인데 이 가운데 7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이상이었다.
▲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9곳 은행이 금리를 공시한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37개 가운데 7개 상품의 최고금리가 연 4% 이상이었다. |
연 4%대 정기예금 상품은 5월까지만 해도 1개에 불과했는데 3개월여 만에 7개로 불어난 것이다. 5월 말에는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의 금리를 제공했다.
이날 기준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으로 12개월 만기 기준 기본금리는 3.75%, 최고금리는 4.15%다.
전북은행은 10월 말까지 이벤트 우대금리를 최고 연 0.4% 제공한다. 전북은행 신규 고객이면 연 0.3% 금리를 우대해주고 계좌당 가입금액이 1억 원 이상이면 연 0.1%를 또 우대해준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신규고객(0.2%), ‘마이 100통장’에서 자금 이체(0.1%)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4.10% 금리가 적용된다.
DGB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은 연 최고금리가 4.05%다. 기본금리가 연 3.60%인데 대구은행 주택청약상품을 보유하거나 ‘DGB함께적금’을 동시에 가입해 만기일까지 유지하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0.4%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BNK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최고금리가 연 4%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도 최고금리가 연 4%에 가깝다.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은 최고금리가 연 3.90%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3.88%,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3.85%다.
정기예금 금리가 오른 것은 은행채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판매했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정기예금 금리를 올려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13일 기준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4.429%로 1달 전(4.354%)보다 0.075%포인트 상승했다.
▲ 케이뱅크는 13일 정기예금 상품인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연 4.0%로 인상했다. |
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가운데 9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5%대 정기예금 상품을 판매하며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 예금상품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보여왔다. 4%대 정기예금도 올해 5월까지 자취를 감췄다가 6월부터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은행 사이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은행권은 지난해처럼 자금시장이 경색된 것은 아닌 만큼 5%대 정기예금 상품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겹치면서 은행 예금금리가 급등하고 예금 유입액이 크게 늘었었는데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예금만기가 대거 도래해 서민 금융기관을 포함한 은행권 전반의 수신환경 및 은행채 발행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가을부터 연말까지는 은행권 조달환경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도 했었고 올해와는 상황이 달랐다”며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얘기되는 상황이라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