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3-08-31 15: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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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KB금융지주가 서울대 출신 회장 선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
KB금융지주 회장 교체에 따라 4대 금융지주의 상고 출신 회장 전성시대 역시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KB금융지주 회장 인선 2차 숏리스트에 든 3명. (왼쪽부터) 김병호 회장, 양종희 부회장, 허인 부회장.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회장 인선을 위한 2차 숏리스트(최종 후보군)에 오른 3명은 1961년생 동갑내기로 모두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은 서울대학교 영문학과,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왔다.
이들 3명 가운데 1명이 다음 회장에 오르는 만큼 KB금융지주는 서울대 출신 회장이 확정된 셈이다. 서울대 출신이 KB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는 것은 2013년 임영록 전 회장 이후 약 10년 만이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서울대 출신 회장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KB금융은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윤종규 회장까지 모두 5명의 회장을 배출했는데 초대 회장을 지낸 황영기 전 회장과 윤종규 회장 전임인 임영록 전 회장이 서울대를 졸업했다. 이번에 또 다시 서울대 출신 회장이 나오면 역대 회장 6명 가운데 절반을 서울대 출신으로 채우게 된다.
신한금융은 역대 회장 4명 가운데 2대 회장을 지낸 한동우 전 회장이 유일하게 서울대를 나왔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아직 서울대 출신이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현재 3곳이 상고 출신 회장을 두고 있다.
광주상고 출신인 윤 회장이 2014년 KB금융 회장에 오른 뒤 강경상고를 나온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해, 덕수상고를 졸업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올해 연달아 취임하며 상고 출신 회장 전성시대를 열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에서 윤 회장과 함 회장은 각각 첫 상고 출신 회장이다. 신한금융에서 진 회장은 초대 회장인 라응찬 전 회장에 이어 2번째 상고 출신 회장이다. 라응찬 전 회장은 선린상고를 나와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지주 초대 회장에 올랐다.
▲ (왼쪽부터)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3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금융권 ESG 교육과정 개설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상고 출신 회장들은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자기개발과 배움을 향한 자세, 낮고 겸손한 리더십 등을 무기 삼아 자신이 몸담은 금융그룹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KB금융에 서울대 출신 회장이 오르면 4대 금융지주의 상고 출신 회장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에 상고 출신 회장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본다.
교육 체계가 바뀌고 시대가 변한 것은 물론 과거와 달리 상고 출신 임원급 인재풀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과거 상고는 집안이 좀 어렵지만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진학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고교 평준화정책 이후에는 그런 흐름이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고 출신 풀 자체가 줄어든 만큼 상고 출신 회장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오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는 내부 승진일 경우 은행장 출신이 회장에 오를 때가 많은데 현재 4대 시중은행장을 봐도 상고 출신은 없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서강대학교 수학과,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왔다. 인력 범위를 4대 금융지주 주요 계열사 대표로 넓혀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회장에 오르기 전인 은행장 시절부터 상고 출신 은행장의 성공 신화로 큰 주목을 받았고 결국 회장에 올랐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