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 원가 경쟁력에서 한국과 일본 경쟁사를 크게 앞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CATL의 배터리 전시장. < CATL >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에서 CATL과 BYD 등 중국 경쟁사에 크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이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시장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간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를 포함하는 한국 배터리 3사가 미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에 적극 대응하며 중국 업체에 대응할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두고 ‘대적할 만한 상대가 없다’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CATL과 BYD 등 중국 상위 업체가 매출과 시장 점유율, 연구개발 투자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경쟁사에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중국이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LFP 배터리로 전기차 대중화를 주도하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등 기업이 주력으로 삼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 단가도 낮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증권사 번스타인 분석에 따르면 현재 CATL과 BYD가 1GWh(기가와트시) 용량 배터리를 생산할 때 들이는 비용은 6천만 달러(약 793억 원)로 추정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8800만 달러, 파나소닉이 1억300만 달러를 들어는 것으로 분석되는 것과 비교해 원가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초부터 중국을 비롯한 세계 전기차 시장에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단가가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 수요는 더욱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 등 상위 기업마저 LFP 배터리 채용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하며 한국 배터리 3사를 비롯한 삼원계 배터리 전문기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가 가장 즉각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단가 차이를 극복하기 불가능해지며 기술력에 미래를 걸어야만 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와 비교해 주행거리를 비롯한 성능, 배터리 수명과 안전성 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가격 차이가 이러한 단점을 대부분 상쇄한다.
번스타인은 2022년 기준 50% 안팎으로 집계된 CATL과 BYD의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이 2030년에도 40%에 육박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에서 2030년에 두 중국 배터리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한자릿수에 그치는 반면 한국 배터리 3사는 절반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CATL과 BYD 등 업체가 미국에 수출되는 전기차 또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해 의미 있는 수준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다.
번스타인이 이러한 예측을 내놓은 배경은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 장거리 운전이 잦아 주행거리에 더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의 특성 등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 포드와 SK온 합작법인 블루오벌SK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조감도. <블루오벌SK> |
미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겠다는 목표를 두고 다양한 견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산 부품이 일정 비중을 넘는 전기차는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연히 미국 주요 자동차기업은 중국 업체가 주력으로 삼는 LFP 배터리 대신 미국 내 생산공장 투자를 늘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와 협력 확대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중국 컨설팅업체 가베칼리서치는 이러한 무역 장벽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기업도 CATL과 맞설 만한 역량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국 배터리업체가 중국과 경쟁에 대응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미국 정부의 전기차산업 육성 정책에 적극 화답해 미국 자동차기업과 협력하는 길이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 설립되는 배터리공장에 막대한 자금 지원 및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도 모두 ‘윈-윈’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중국 배터리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주행거리와 같은 기술 측면에서도 격차가 좁혀진다면 미국의 정책적 수혜를 계속 장담하기는 어렵다.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보다 LFP 배터리 채용에 따른 단가 하락 등 실익을 더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의 성능 경쟁력을 차별화하거나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배터리산업에 대적할 상대가 등장할지는 기술력과 성능, 가격 등 요소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니켈 등 금속소재 가격 하락 전망도 LFP와 삼원계 배터리 사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