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연구진이 이번 7월 폭염이 유례가 없는 이상고온이라며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런 기상이변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7월 폭염에 12만 년 만의 더위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기상학자들이 '열을 가두는 가스(heat trapping gas)'를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25일(현지시각) AP통신은 다국적 기후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이 "유럽과 북미, 중국에서 발생한 7월 폭염은 산업화 등 인간활동이 야기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마리암 자카리아 영국 그랜텀연구소 기상연구원은 연구 발표에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북미와 유럽 폭염은 불가능했다”며 “산업화로 열을 가두는 가스가 배출되지 않았다면 기후변화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열을 가두는 가스'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비롯한 온실가스부터 수증기까지를 포함한다.
지구를 감싸는 대기에는 이런 수증기가 모여 만들어진 층이 있는데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지구로부터 발산되는 열을 가두는 역할도 한다.
연구진은 '열을 가두는 가스'가 대부분 화석연료 사용과 삼림 벌채 등 인간활동으로 배출됐고 기후변화를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다양한 기상관측장치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산업화 이전 시기의 기온을 유지한 세계와 산업화 이후 섭씨 1.2도 상승한 현재 세계의 병행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구축해 비교대상으로 놓고 기후변화의 영향을 측정했다.
분석 대상으로는 동시다발적으로 폭염을 겪고 있는 북미와 남부 유럽 그리고 중국 지역이 선정됐다.
그 결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유럽 폭염은 2.5도, 북미 폭염은 2도 그리고 중국 폭염의 온도도 1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북미와 유럽은 지금 같은 폭염이 일어날 수 없으면 중국은 250년에 1번 꼴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번 폭염과 같은 현상이 북미에서는 15년에 한 번, 남부유럽에서는 10년에 한 번 그리고 중국에서는 5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면 폭염이 더욱 빈번해져 2~5년 사이에 한 번씩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베이징 등 중국 북방 지역은 7월 중순부터 수은주가 40도에 육박하는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겪고 있다. 그림은 세계기상특성이 분석한 아시아 지역의 7월 평균 기온. <세계기상특성> |
프리데리커 오토 그랜텀연구소 기후 수석강사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인류가 언제 화석연료 태우기를 그만둘지를 모르기 때문에 미래의 '뉴노멀'(새로운 일상)이나 '뉴 익스트림'(새로운 극한)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다"고 경고했다.
오토는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법제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폭염이 결코 기후붕괴나 기후변화가 통제 불가능한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는 아니며 우리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미래를 확보할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폭염 적응 관련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세계기상특성 보도자료를 통해 적십자의 줄리 아리기 기후센터 국장은 "폭염 경고 시스템, 폭염 대응 방법 및 장기 적응 조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도시 계획을 비롯해 건강, 전기, 물, 교통과 같은 주요시스템의 복원력 강화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영국, 미국 그리고 네덜란드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기상학자들이 참여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