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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세금환급 사기소송과 국세청로비 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11일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
롯데케미칼이 상반기 호실적을 하반기에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다.
허수영 사장이 롯데케미칼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조사를 받고 있는데 자칫 경영공백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비리 수사가 시작되면서 해외기업 인수합병 등도 모두 중단했는데 검찰의 허 사장 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허 사장이 11일 롯데케미칼의 세금환급 사기소송과 국세청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롯데케미칼이 최근 10년 동안 1500억 원대의 유형자산이 있는 것처럼 속여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모두 270억 원을 돌려받은 사건에 허 사장이 직접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허 사장을 피의자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는데 조사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 같은 의혹으로 소환됐던 기준 전 롯데물산 사장이 7월에 구속됐던 사례에 비춰볼 때 허 사장이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 성장세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1조1675억 원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업계 라이벌로 꼽히는 LG화학의 상반기 영업이익 1조735억 원을 제쳤다.
허 사장은 6월 롯데그룹 비리수사가 시작된 뒤 즉각 미국 석유화학기업 액시올을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허 사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케미칼의 하반기 경영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에 심각한 공백이 생기게 된다.
허 사장은 하반기에 롯데케미칼의 주력사업인 에틸렌사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 사업을 다각화해 안정적으로 실적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현대오일뱅크와 혼합자일렌(MX)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국영석유기업인 베르살리스와 특수고무 합작사업 등도 추진하려고 한다.
합작사업에는 양사의 신뢰도가 중요하다. 하지만 검찰이 허 사장에 대한 의혹들을 입증할 경우 상대기업이 롯데케미칼과 가지고 있는 신뢰도에 금이 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롯데케미칼이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데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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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사장. |
롯데케미칼의 경영공백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옛 호남석유화학 시절부터 롯데케미칼의 성장을 주도하며 롯데그룹 주축 임원진으로 성장한 인물들이 현재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1990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수업을 받을 때 부장으로 근무하며 25년 넘게 최측근 인사로 활동했다.
하지만 검찰은 황 사장이 롯데그룹 비자금조성 의혹의 핵심열쇠를 쥐고 있다고 보고 소환조사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화학계열사의 주축 임원진들인 이자형 롯데케미칼 부사장, 정경문 롯데케미칼 상무, 김영준 롯데BP화학 대표 등이 모두 '황각규 라인'으로 분류되고 있어 롯데케미칼의 경영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