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장세주 동국홀딩스 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 첫해부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핵심사업인 철근을 비롯한 봉형강사업이 건설 경기 악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목표로 내세운 기업신용등급 높이기와 신사업 발굴을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 8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장세주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건설경기 침체라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만났다. <동국홀딩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경기의 침체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 성수기로 꼽히는 5월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톤당 99만 원으로 전달보다 1만 원 하락했고 판매량도 84만 톤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5월 판매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6월에도 철근 유통 시세는 수요 부진에 따라 톤당 94만 원으로 더욱 하락했을 것으로 추산되며 7월 장마철로 철근 수요는 더욱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선 올해 건설 수주 예상 규모가 207조원으로 지난해 대비 7.5%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건설 업황이 악화되면서 봉형강 매출 비중이 높은 동국제강그룹도 실적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봉형강은 2022년 기준 핵심계열사인 동국제강의 전체 매출 가운데 53.64%를 차지했다.
동국제강그룹으로서는 건설경기 악화로 2분기 실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3분기 건설업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봉형강 매출이 더욱 줄어들 여지가 크다.
장세주 회장으로서는 동국제강의 동국홀딩스·동국제강·동국씨엠 3개사 인적분할에 맞춰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 일선에 복귀했는데 초반부터 좋지 않은 상황과 마주한 셈이다.
장 회장은 5월12일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뒤 “지금까지 경험과 지혜, 지식을 마지막으로 쏟아부어 지속가능한 동국제강그룹이 되도록 일조하겠다”며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동국제강이 인적분할 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신사업 추진이 꼽는 만큼 장 회장으로서는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장 회장은 자동차산업과 연계한 사업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장 회장은 "자동차 산업 소재라든지 그런 쪽으로 신사업을 생각하고 있다"며 "자동차 소재에 들어가는 특수철판 등을 연구 중인데 이를 위한 소재 확보와 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이 꽃 필 때 우리도 동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동국홀딩스는 작은 규모부터 차근차근 진행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동국제강그룹은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사업 수익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지주사 체제 초반부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사진 오른쪽 첫번째)가 12일 동국제강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이후 장세욱 부회장(왼쪽)과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동국제강>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동국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5월12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신사업을 추진한다면 철강업 관련 소부장에 투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자본금 100억 원으로 큰 사이즈가 아닌 소규모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력 사업인 봉형강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만큼 차입금을 늘리는 등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 회장은 동국제강그룹의 기업신용등급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4년 6월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었고 구조조정 끝에 2016년 5월 약 2년 만에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졸업했다.
그 뒤에도 동국제강은 장 회장의 ‘뚝심’으로 일궜던 브라질CSP 제철소 매각 및 중국법인(DKSC) 지분 정리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오며 재무구조를 개선해왔다.
동국제강은 2021년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6년까지 기업신용등급을 A등급으로 상향 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1년 11월 BBB(안정적)으로 이전보다 기업신용등급을 한 등급 올린 뒤 2022년 10월 다시 BBB+까지 높였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기업 신용등급은 부채비율과 함께 영업을 통한 이익창출력이 주요 평가 요인으로 꼽히는데 봉형강 사업의 전망이 어두운 점은 기업신용등급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동국홀딩스가 펼칠 신사업을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국제강이 동국씨엠과 동국제강, 동국홀딩스로 인적분할하고 재상장한 6월16일부터 동국홀딩스 주가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달렸다. 3거래일째이었던 6월20일에도 10% 넘게 올랐는데 이를 놓고 신사업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뿐 아니라 건설 경기에 영향을 받는 국내 제강사들 모두 건설 경기 악화에 따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반기 중국 경기 회복 여부가 실적 회복에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