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7-17 09: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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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식음료 기업들이 2분기에 기대 이하의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원가 부담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탓인데 그나마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오리온이나 농심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 투자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식음료 기업의 2분기 실적이 기대 이하였을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 등이 비우호적 영업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라면 제품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7일 오리온과 농심, 하이트진로,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SPC삼립, 풀무원 등 7개 식음료 기업의 2분기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2조90억 원, 6022억 원으로 추정했다.
2022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1.5%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은 21.1% 줄어드는 것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기대치를 웃돌았을 것으로 예상된 기업은 오리온과 농심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됐으며 CJ제일제당과 롯데칠성음료는 낮아진 눈높이에 부합하는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 식음료 기업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각 기업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음식료 업종의 투자 포인트는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것) 개선이다”라며 “하지만 스프레드가 개선되는 초입에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이 현실화해 기업들의 가격 결정권이 훼손되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강력한 투자 포인트가 희석됐다”고 바라봤다.
일부 곡물 가격이 하향 안정화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높은 원가 부담 수준은 장기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일부 품목을 두고 가격 인하를 사실상 압박하면서 각 기업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정부는 6월 라면 기업들에 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이에 각 기업은 즉각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농심은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을 각각 4.5%, 6.9% 내렸고 삼양식품은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4.7% 인하했다.
오뚜기와 팔도는 각각 15개, 11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각각 평균 5%, 5.1% 내렸다. 제과 및 제빵 기업들도 가격 인하 흐름에 동참했다.
조 연구위원은 “향후 (식음료 기업 실적의) 관건은 두 가지다”라며 “국내에서 가격 조정과 관계없이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거나 가격 통제 압박이 덜한 해외 사업의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탓에 전반적으로 구매력이 줄어든 소비자들은 피수 소비재 영역에서 당장 필요하지 않거나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제품을 놓고 저가 상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배달이나 외식, 가격대가 높은 제품군에서 수요 감소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인데 내년까지 판매량을 얼마나 회복할지가 각 기업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조 연구위원은 전망했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의 경우 국내의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조 연구위원은 “국내와 다르게 해외 시장은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주기적 가격 인상이 가능하다”며 “경쟁도 덜 치열하고 채널 확대에 따른 비용 투입도 마무리돼 국내 실적의 부진을 해외에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봤을 때 식음료 기업 가운데서 수요가 덜 위축될 수 있는 품목을 주로 생산하거나 해외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 투자 전략일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런 이유를 들어 식음료 업종의 최선호주로 오리온과 농심을 꼽았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