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전기차 충전 표준이 테슬라 방식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차에 고민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 전기차 충전 표준이 테슬라 방식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채택한 방식 대신 전기차 선두업체 테슬라를 따라가자니 현대차의 기술적 강점이 약화될 수 있어서다. 더구나 장기적으로 충전 인프라와 관련한 서비스 등에 종속될 가능성에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21일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와 GM에 이어 '제2의 테슬라'로 불리는 리비안도 테슬라의 충전네트워크인 ‘슈퍼차저’ 사용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에 따라 리비안은 2025년부터 전기차 충전 표준 규격을 테슬라 방식인 NACS로 적용하기로 했다. 2024년 봄부터 어댑터를 통해 슈퍼차저를 리비안 차량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앞서 포드는 현지시각 5월25일, GM는 지난 8일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사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미국 내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는 약 2천 곳, 충전기는 2만1천여개에 이른다.
미국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잇달아 테슬라 충전네크워크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충전 표준이 테슬라 방식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애초 미국 전기차 급속충전 방식은 테슬라 자체 방식인 NACS와 다른 자동차 제작사들이 채택했던 CCS(통합충전시스템)로 양분됐었으나 테슬라 방식의 영향력이 넓어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22년 미국 전기차 판매량의 65%는 테슬라였다. 물론 2021년과 비교하면 점유율은 7%포인트 축소됐지만 테슬라 충전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포드와 GM까지 고려하면 테슬라 충전 방식을 사용하는 전기차는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 포드의 지난해 북미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7.6%, GM은 약 5%, 리비안은 2.6%로 집계됐다.
현대차는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CCS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의 NACS 방식은 전압이 500V로 현대차 전용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등의 800V 고속 충전을 지원하지 못한다.
현대차가 전기차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800V 고압에 18분 만에 충전한다는 강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장 사장은 20일 진행됐던 ‘2023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NACS 도입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장 사장은 “궁극적으로 고객 편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현대차는 800V 초고속 충전설계가 돼 있는데 500V를 채택한 슈퍼차저를 활용하면 충전 속도가 느려질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테슬라 방식의 전기차 충전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장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미래 전략을 담은 '현대 모터 웨이'를 발표하고 있다.
더구나 테슬라 충전 방식을 채택하게 되면 추후 충전 관련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테슬라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현대차는 국내에서만 이피트(E-pit) 충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를 해외로 확대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전기차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충전소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전기차 파생 서비스에서 테슬라에 밀려 영향력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충전소를 통해 고객의 충전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테슬라의 협력이 필요해지게 된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전략 오피스(GSO) 담당 부사장은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에 합류하면 당장 많은 충전소를 활용할 수 있지만 과연 그에 종속되는 것이 중장기 전략에 유효할지 따져야 한다"며 "철저히 고객 입장에서 분석해보되 중장기적 기회 요소까지 분석해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