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이 부진함에 따라 납품단가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쿠팡과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이커머스 업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납품단가 협상이 길어지고 있는 쿠팡과도 합의점에 도달할 수 을지 관심이 모인다.
23일 CJ제일제당은 다수의 이커머스의 특가 기획전에 참여하면서 국내 식품 판매량 방어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5일 G마켓의 특가 기획전 ‘빅스마일데이’에 메가스폰서십 브랜드로 참여한데 이어 22일에는 11번가의 ‘하루만에 팅받네’에 대표 브랜드로 참여했다. 앞서 3월에는 컬리와 업무협약을, 네이버쇼핑의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다.
이런 행보는 현재 납품단가 협상이 지지부진한 쿠팡에 앞서 다른 이커머스에 힘을 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최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업계 1위인 쿠팡을 언제까지나 제쳐놓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국내식품 사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부진의 원인으로 판매량 감소가 꼽히고 있는만큼 쿠팡과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쿠팡은 점유율 기준 국내 1위 이커머스업체이다. 올해 1분기 쿠팡에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활성 사용자만 1901만 명으로 활성 사용자 1인당 거래금액은 305달러에 이른다.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의 패권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소매 판매금액 기준)은 △쿠팡 24.5% △네이버 23.3% △쓱닷컴 지마켓 합산 11.5% △11번가 7.0% 등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이 올해 들어 특가 기획전에 참여한 이커머스들 가운데 네이버쇼핑 정도만이 쿠팡과 점유율이 엇비슷할 뿐이다.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 대표가 국내 식품사업의 판매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유통채널 발굴에 힘쓰고 있는 만큼 1위 이커머스에 입점하는지 여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그동안 판매자 시장에서의 락인효과에 집중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 시장의 락인효과에 역량을 쏟을 수 있는 단계로 전환한 것으로 판단하며 이를 통해 유통업체 혹은 플랫폼 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쿠팡과 CJ제일제당은 납품단가를 두고 6개월째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11월부터 CJ제일제당 제품 발주를 중단한 뒤로 현재까지 쿠팡의 로켓배송을 통해 CJ제일제당 상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다.
쿠팡의 발주 중단에 따른 판매량 변화를 두고는 엇갈린 의견이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 “일부 유통 플랫폼의 단기적 차질을 자사몰의 성장을 통해 상당부분 상쇄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쿠팡의 발주 중단이 CJ제일제당의 국내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쿠팡, 롯데 등 일부 유통업체들과 납품단가 협상이 지연되며 국내 가공식품 매출에 일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고 봤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지난해 하반기 판매량 감소는 가격저항보다는 쿠팡향 발주 중단 영향이 컸을 것이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 국내 식품 매출의 채널별 구성비(올해 1분기 기준)를 살펴보면 △자사몰 △이커머스 입점 △이커머스 직매입 등이 포함된 온라인 매출은 13%로 지난해 1분기보다 1% 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줄어든 온라인 채널 매출은 약 179억 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CJ제일제당 국내 식품사업의 매출 감소분 274억 원의 65.3%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온라인 매출 감소가 국내 식품사업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쿠팡이 직매입을 재개한다고 해서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이 부진에서 완전히 탈출한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국내 식품사업 부진 요인으로는 이밖에도 △소비심리 위축 △방역정책 완화로 외식 활성화 △가격인상에 따른 저항감 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표면적으로 쿠팡과 날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
최 대표는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쿠팡과는 마찰보다는 상호 지속 가능한 '윈윈'이 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가지고 가야 한다"며 "의견을 맞춰가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통업계와 제조업계 사이의 힘겨루기의 관점에서 CJ제일제당과 쿠팡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납품단가를 한번 상대방에게 양보한다면 향후 타업체와의 가격협상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져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쿠팡과 납품단가 협상은 계속해서 진행 중인 사안으로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