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주인공은 세단이었다. 배터리 용량 문제로 도심 출퇴근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업계가 고용량의 차세대 배터리들을 내놔 문제가 해결돼가고 있으며 완성차 회사들도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으로 차량 라인업을 늘리기 시작했다.
2022년부터는 대형SUV전기차의 시대도 본격화됐다.
GM의 허머EV가 신호탄을 쐈는데 1억 원이 넘는 가격에도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사전 주문량이 몰렸다. GM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이를 지켜본 경쟁사들도 대형SUV전기차의 출시를 서두른다. 벤츠의 EQS SUV, 볼보의 EX90, 기아의 EV9, 폴스타의 폴스타3가 2023년 출시하며 2024년에는 현대차의 아이오닉7가 출격한다.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 역시 이러한 흐름에 올라타려고 한다. KG모빌리티는 2025년에 대형SUV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3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대형SUV 콘셉트카 F100을 공개했는데 어디까지나 콘셉트카지만 2022년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허머EV 디자인과 닮은꼴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마침 2023년으로 점쳐졌던 허머EV의 한국 출시가 물건너간 터라 국내 SUV 팬들이 이 F100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KG모빌리티가 F100을 향한 고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국내 경쟁사 현대자동차와 견줘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옛 쌍용차, 현 KG모빌리티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많지만 이러한 관심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 2025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F100부터는 자동차산업 역사에 관심 없는 일반인까지 매력적으로 느낄 제품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현대차가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전기차 전용플랫폼에서 일본의 토요타나 독일 자동차 3사보다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할 필요성이 나온다.
다행히 KG모빌리티의 개선 의지도 약하지 않다. KG모빌리티는 배터리는 중국 BYD와 협력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전기차용 전용플랫폼은 직접 개발해 성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이미 2022년 7월 향후 디젤차 개발을 포기하고 전기차를 위한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2023년 3월에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현재 KG모빌리티가 개발하고 있는 SUV전기차 전용플랫폼인 '뉴EV플랫폼(가칭)'의 시제품이 공개됐다. 이 새 플랫폼은 2025년 출시 예정인 F100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곽재선 KG그룹 회장도 2023년 4월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G모빌리티 비전테크데이 행사에서 "쌍용차에서 KG모빌리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쌍용차 마니아와 새 모빌리티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며 "KG모빌리트는 금융부채가 없는 재무구조 1위 완성차 기업인만큼 필요한 부분엔 얼마든지 투자 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주는 쌍용차가 아닌, 모두가 원하는 KG모빌리티만의 명차가 나올 수 있을까?
글로벌 경제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이어져온 글로벌 경기침체 흐름이 빠르면 2024년부터 회복국면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된다면 2025년부터 KG모빌리티를 포함한 완성차업계는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이할 수도 있다.
옛 쌍용차, 현 KG모빌리티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고 국내 양대 자동차그룹으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