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을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받는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전 작업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과거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지방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사옥 신축과 인력 이동을 진행한 뒤 법 개정을 한 사례에 주목해 산업은행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과거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지방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사옥 신축과 인력 이동을 진행한 뒤 법 개정을 한 사례에 주목해 산업은행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
다만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신용보증기금은 공감대를 이룬 상태에서 이전이 진행됐던 예외적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어 반발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6월 중에 임직원 의견 수렴과 정책금융 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컨설팅 결과를 반영한 이전계획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계획에는 이전 규모와 범위, 이전시기 및 이전비용 조달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담기게 된다.
이전계획은 앞으로 금융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국토교통부에서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진행하며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의결, 국토교통부장관의 승인·고시를 받게 된다.
앞서 강 회장은 3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이전 공공기관으로 정식 고시를 받으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이전계획이 승인되더라도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 두도록 한 한국산업은행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 회장은 한국산업은행법을 개정하기 전이라도 상당한 수준의 본점 이전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본점 소재지를 규정한 법 개정 전에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가 지방으로 이전했던 사례를 주목하고 있어 이를 산업은행 이전 작업을 위한 모델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이전공공기관 지정을 받아 이전계획을 수립하고 2014년 12월까지 부산으로 본점을 이전하는 작업을 마친 뒤 2015년 1월 한국주택금융공사법을 개정했다.
신용보증기금도 이전계획을 세워 승인을 받아 옛 사옥 매각과 새 사옥 준공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2014년 12월 대구 이전을 완료한 뒤 2015년 1월 신용보증기금법을 개정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4월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용보증기금과 주택보증공사도 미리 몇 년 전부터 지정안을 내고 진행을 하고 법 개정은 이전 후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법무법인 동헌에 의뢰한 법률자문 의견서를 보면 신용보증기금이 법률 개정 전에 사옥 신축 등의 이전 작업을 마치고 본점 소재지 관련 법률 조항을 개정하면서 ‘본점 이전등기 경료’와 ‘근거 법률 본점 관련 조항 개정’ 사이의 틈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동헌은 만약 법률 개정부터 먼저 이뤄진다면 새 본점 소재지에는 아무런 실체가 없기 때문에 사옥 마련, 인력 이동 등의 일련의 절차가 법률 개정 이후 옛 본점 소재지에서 진행되면 오히려 위법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강 회장이 이러한 과거 사례를 이유로 법 개정 전에 물리적 이전 작업에 시동을 걸 경우 노조의 반발은 지금보다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강 회장과 달리 법 개정 전에 사옥 신축 등의 이전행위를 하는 것은 한국산업은행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 의뢰한 법률자문 의견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이전 사례는 법 개정 전에 이뤄진 위법행위로 산업은행에서 이 같은 사례를 따라 이전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신용보증기금과 주택금융공사의 경우 본점 이전 전에 노조와의 합의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현재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용보증기금 노조 관계자도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1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다수의 기관이 수년 전부터 논의를 거쳐 이전을 진행한 것이다”며 “당시 주택금융공사와 신용보증기금 상황과 지금의 산업은행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강 회장이 물리적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낼 경우 노조는 이전행위를 저지하기 위한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협상해왔던 단체협약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최근 쟁의권을 획득한 상태이기 때문에 사측을 압박하는 무기로 쟁의권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노조는 공공의 이익과 국민경제 발전을 책임지는 국책은행으로서 소임을 지키고자 정부와 경영진의 위법·탈법적 행태에 단호히 대항하겠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