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월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출두했으나 조사가 불허되자 돌아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검찰 수사에 맞서 구속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송 전 대표는 검찰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부당한 수사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민주당 내부에서 돈 봉투 의혹에 관한 단호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송 전 대표의 검찰 ‘탄압’ 프레임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송영길 전 대표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조사를 거부당해 현관에서 발길을 돌렸다.
조사가 어렵다는 검찰의 태도에도 송 전 대표가 출석을 강행한 배경에는 자신의 주변 인물들로 조사가 확대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가 무산된 뒤 기자회견에서 "범죄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한다”면서도 “검찰은 2·30대 비서들을 압수수색이나 임의동행이란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무도한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주변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시기를 바란다”며 자신을 빠르게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을 구속하라고 나섰지만 정치권에서는 송 전 대표의 자진출두를 두고 향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한 행보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과거 다른 유력 정치인들도 검찰 일정에 맞추지 않고 스스로 출두하며 불구속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는 2018년 3월 비서 성폭행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나흘 동안 잠적했다가 스스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안 전 지사는 구속 영장이 두 차례 청구됐으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됐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였던 2012년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수사대상에 올랐으나 검찰 소환에 불응하다 대검찰청에 기습 출두했으며 그 뒤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다만 송 전 대표의 전략이 '불구속'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송 전 대표가 수사에 적극 응하는 모습을 보여 ‘도주우려’가 없더라도 '증거인멸' 가능성 때문에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래구 전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 회장 등 사건 관련자들이 불구속 상태인 상황이다. 검찰이 재판부에 이들이 송 전 대표와 말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수사를 ‘기획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은 당연히 공안부에 배당되어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며 “(그런데) 장관의 직접 하명수사를 하는 부서(특수부)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수사가 되고 있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특수부 수사는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아니라 미리 그림을 그려놓고 그것에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언론의 유착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송 전 대표는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유출돼 전 언론에 공개되고 매일매일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고 있다”며 “검찰이 언론과 유착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국민의 기본권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전 대표가 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비판하며 ‘탄압’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의 기획수사에 끌려간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적극적으로 의혹을 파고 들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직 민주당은 사건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의 출당문제나 당 차원의 조사에 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이번 돈 봉투 의혹에 확실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대해 법률적으로 기다려 본다는 태도를 취한다면 지도부가 실기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말했다.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뒤 첫 의원총회에서 돈 봉투 의혹사건 대응방안도 논의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3일 ‘쇄신’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4월30일 KBS뉴스9에서 의원총회 논의 주제에 관해 “윤관석, 이성만 민주당 의원의 출당 조치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라며 “국민은 이 사안의 내용에 대해서도 주목하지만 이 사안을 민주당이 대처하는 자세도 매우 중요하게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