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4-25 11:4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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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매출 3조 원대를 달성한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는 영업이익 조 단위 진입에 도전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수익 규모 측면에서 주요 삼성 계열사들을 바짝 추격하면서 ‘제2의 반도체’인 바이오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CDMO사업 육성을 토대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25일 증권사 분석을 종합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처음으로 연결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리츠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영업이익 1조1532억 원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증권은 1조580억 원을, 다올투자증권은 1조568억 원을 각각 전망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역대 최고 수준의 원/달러 환율에 힘입어 영업이익 신기록 9836억 원을 기록했다. 환율 수혜가 축소되는 올해는 성장 폭이 비교적 둔화하게 된다. 하지만 1조 원대 영업이익 진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다른 주요 삼성 계열사들의 수익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지난해 삼성 계열사들의 영업이익을 보면 삼성SDI는 1조8천억 원을 냈고 삼성전기는 1조2천억 원을 거뒀다. 삼성생명은 1조4천억 원을, 삼성화재는 1조6천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영업이익은 43조4천억 원에 이르렀으나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6천억 원 수준에 그쳤다.
이 기업들은 모두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매출 규모가 훨씬 크다. 작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무려 302조2천억 원을 거뒀다. 삼성생명은 40조3천억 원, 삼성화재는 25조8천억 원, 삼성SDI는 20조1천억 원, 삼성전기는 9조4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 전망치는 3조5천억 원대에 불과하다. 이익률을 놓고 보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다른 계열사들을 훨씬 앞서고 있는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처럼 높은 이익률을 보일 수 있는 것은 위탁개발생산(CDMO)사업을 통해 고부가 제품인 바이오의약품을 고객사에 대량 공급하고 있어서다. 바이오의약품은 기존 합성의약품보다 가격이 높은 반면 우수한 효과와 비교적 적은 부작용으로 각광받는다.
CDMO사업은 또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대신 한 번 수주를 달성하면 장기적으로 생산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반도체, 전자제품 등 제조업과 달리 시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최근 세계적 경제 위기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세가 주저앉지 않은 이유다.
존 림 사장은 앞으로 점점 더 늘어날 CDMO 수요를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가져오기 위해 생산시설 증설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바이오의약품시장은 신약개발,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 출시 등에 힘입어 지속해서 확대되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자체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대신 의약품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는 쪽으로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4공장을 준공해 부분가동에 들어갔다. 여기에 더해 올해 들어 5공장 증설계획을 발표하며 5~8공장을 포함한 ‘제2 바이오캠퍼스’ 구축을 본격화했다. 1~4공장만 합쳐도 세계 최대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CDMO기업으로 꼽히는데 이보다 생산능력을 더욱 키워 ‘초격차’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존 림 사장은 5공장 증설을 알릴 당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의약품 생산의 아웃소싱이 증가하고 있다”며 “4공장 이후에도 시장을 계속 선점해 나가기 위해서는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산 품목을 기존 항체 치료제에서 메신저리보핵산(mRNA),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다변화하는 것도 존 림 사장의 전략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고객사의 코로나19 mRNA 백신 시험생산에 성공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항체약물접합체 생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처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질적, 양적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해 다른 삼성 계열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익을 거둠에 따라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박송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32년까지 만료되는 바이오의약품시장 규모는 100조 원 이상이고 이미 존재하던 항체의약품은 적응증을 넓혀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의 견조한 성장은 물론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멀티 모달리티) 진출로 가치 상향(업사이드)이 열려 있다”고 바라봤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증설로 글로벌 1위 항체의약품 위탁생산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DMO사업 이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100% 자회사로 인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성분이름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를 7월 미국에 출시할 것으로 예정됐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