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내놓은 감사선임 주주제안이 관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2020년 개정된 상법이 적용되면서 감사위원 선임에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31일 열리는 주총에서 감사선임 주주제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 남양유업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한 감사선임이 관철될지 주목된다. |
30일 남양유업의 주총소집 공고를 살펴보면 홍진석 경영혁신추진단장 상무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과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 감사 연임 건이 상정돼 있고 차파트너스에서 주주제안으로 내놓은 기업지배구조 전문가 심혜섭 변호사의 감사위원 선임도 올라와 있다.
남양유업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이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2021년 하반기에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며 김승언 경영지배인을 선임했지만 홍 회장과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 등 남양유업 오너 일가는 계속해서 남양유업 사내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홍 회장은 2021년 5월 남양유업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한다고 발표했던 '불가리스 파동'의 책임을 지고 회장직 퇴진을 공식화했고 자식에게 경영권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앤컴퍼니와의 매각과정 때나 결렬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 홍 회장 등 오너 일가는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매각 지연 및 결렬과 오너일가의 경영권 유지 상황 등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의 외부 감사 선임 제안은 시장에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대로 된 견제 없이 홍 회장 오너 일가가 좌우지해 온 경영에 제동을 걸겠단 취지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 주가는 한 때 81만 원 선을 웃돌았으나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의 협상결렬 및 분쟁으로 반토막이 났기도 했고 경영실적도 해마다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업손실 868억 원을 내며 2021년 말보다 적자폭이 11.5% 늘어났고 순손실도 781억 원을 기록했다.
이번 주총과 관련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는 남양유업 이사회가 제안한 의안에는 모두 반대 권고를 했고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 선임에는 찬성을 권고했다.
현재 남양유업의 지분을 살펴보면
홍원식 회장 51.68% 포함해 오너 일가(배우자 이운경 0.89%, 동생 홍우식 0.77%, 동생 홍명식 0.45%, 손자 홍승의 0.06%) 지분율이 53.08%에 이른다. 차파트너스의 지분율은 3.07%다.
이러한 지분구조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 △일반 주주 지분의 50% 주당 82만 원에 공개 매수(자기 주식 취득안) △5분의 1 액면 분할 정관 일부 변경 △보통주 1주당 2만 원 배당 등 행동주의 펀드가 함께 제안한 안건들은 관철되기 어렵다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감사 선임만큼은 상법에 규정된 감사 선임의 '3%룰'에 따라 소액 주주의 지지를 얻는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산 2조 원 이상인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으며 2020년 개정된 상법에서는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가운데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도록 하고 이때 대주주의 의결권은 3%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3%룰로 부른다.
이와 함께 상법은 3%룰에서 최대주주의 지분뿐만 아니라 그 특수관계인이 소유하는 주식까지 모두 합해 3%를 넘는 주식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