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5대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금리 인하 노력에도 3개월 연속으로 가계예대금리차가 확대하면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가계대출 금리 인하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가계예대금리차 확대는 은행권 대출금리 인하 압박의 한 가지 명분이 될 수도 있다.
▲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가계예대금리차는 2022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째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2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가계예대금리차는 2022년 12월부터 2월까지 3개월째 확대 흐름을 이어갔다.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0.942%포인트에서 1월 1.306%포인트, 2월 1.436%포인트로 계속 커졌다.
KB국민은행만 예외적으로 예대금리차가 1월과 2월 사이 소폭 축소했지만 5대 시중은행 평균값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가계예대금리차는 한 달 동안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의 가중평균금리에서 같은 기간 취급된 정기 예·적금과 시장형 금융상품의 가중평균금리를 뺀 값이다. 은행연합회는 매달 20일 은행별 가계예대금리차를 공시한다.
당초 은행권에서는 각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하조치 등의 영향으로 2월 가계예대금리차가 1월보다 축소될 것으로 관측됐는데 예금금리 인하 속도를 대출금리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2월에도 가계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예금금리는 지난해 11월부터 하락세로 전환한 뒤 2월까지 계속 내렸고 대출금리는 이보다 늦게 하락하기 시작한 만큼 인하 폭이 예금금리보다 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예금금리는 시장금리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반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가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만 해도 월 1회 고시되는 코픽스를 반영하기 때문에 15일 코픽스가 발표된 뒤 금리가 바뀐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3개월 동안 가계대출 금리가 계속 내렸는데도 가계예대금리차가 확대됐다.
NH농협은행만 가계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 4.77%, 1월 4.92%, 2월 4.80%로 올랐다가 내렸다.
시중은행들은 가계예대금리차가 몇 달째 확대돼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취약차주 지원에서 은행권의 상생 노력을 당부하는 만큼 가계대출 금리 인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및 수수료 담합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등 은행권을 향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는 점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바라본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은행권에 상생 노력을 주문하면서 5대 시중은행 모두 올해 초까지 몇 차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가계대출 상품 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 원장은 9일 ‘상생 금융 확대를 위한 금융소비자 현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KB국민은행을 방문했고 KB국민은행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모든 상품의 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