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글로벌 판매 톱3에 오르면서 높아진 브랜드 위상을 업고 올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반등을 이룰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로 촉발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고급차 브랜드를 포함해 내연기관차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현대차그룹에게 중국 시장 판매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중국의 자동차 가격 경쟁 심화로 올해 중국에서 판매 반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디이차이징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3월 들어 중국 현지 완성차브랜드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BMW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들까지 할인 판매에 돌입했다.
대표적으로 벤츠는 전기차뿐 아니라 엔트리모델인 C클래스와 E클래스 판매 가격을 6만~7만 위안(약 1천만 원 수준)가량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캐딜락 볼보 등도 할인 판매에 합류했다.
테슬라가 올해 초 중국에서 전기차 모델Y와 모델3의 판매 가격을 6~13.5%까지 할인한 여파가 중국 전체 자동차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기차 1위 브랜드인 비야디(BYD)도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일부 차종들에서 한시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다.
애초 비야디는 올해 1월1일부터 전기차 가격을 2천~6천 위안까지 인상했다가 테슬라가 중국에서 할인 정책으로 판매량 확대 효과를 보자 비야디도 가격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중국 중앙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를 대상으로 지급하던 보조금 정책을 올해 종료됐지만 중국 지방정부들은 소비 진작을 위해 여전히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후베이성에서는 3월 말까지 자동차를 구매한 사람들에게 최대 9만 위안을 지원하는 자동차 구매 보조금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허난성도 3월 말까지 자동차 구매가격의 5% 규모의 보조금을, 산둥성은 2억 위안 규모의 자동차 보조금 지원 소비 쿠폰을 발행했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가 중국 사업을 정상화하는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덧씌워진 저가 브랜드 이미지에서 탈피해 올해 판매 회복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 놓인 것이다.
애초 현대차그룹은 2016년만 하더라도 179만2천 대를 팔아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6.4%의 점유율을 보유하며 승승장구 해왔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 등으로 중국과 한국사이에 외교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2022년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량은 34만3천 대까지 쪼그라들었다. 점유율도 1.3%대까지 추락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판매량이 급감할 때 현대차와 기아 브랜드 모델들을 현지 택시 등 법인판매를 늘린 부작용으로 중국에서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의 이미지가 ‘저가 자동차'로 굳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는 현대차 아이오닉5나 기아 EV6 등을 투입하면서 전기차를 중심으로 고급차 이미지를 구축해 브랜드 위상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가격경쟁에 마냥 나설 수는 없는 데다 중국 사업에서 적자 규모를 생각하면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인 장쑤위에다기아는 영업손실 5518억 원, 순손실은 7059억 원을 봤다. 기아는 2022년 초 장쑤위에다기아에 3664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자금 수혈 효과가 1년도 채 안돼 사라진 것이다.
현대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베이징현대모터스는 현대차의 중국 판매 부진에 따라 2022년 장부상 가치가 3459억 원으로 평가됐다. 2022년 초 7799억5800만 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줄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 3위를 포함해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량 3위 등 세계적으로 브랜드 위상이 높아진 만큼 중국에서도 고급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출시할 중국 현지에 맞는 전기차 가격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졌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세계 판매량 3위에 오른 성과를 올해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중국에서 판매 반등이 중요하다”며 “중국에서 고급차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브랜드 사이에서 적절한 위상의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