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앞서 이미 두 차례나 구현모 현 대표를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확정한 바 있는데 번번이 정치적 외풍을 맞았고 결과적으로 구 대표가 연임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구 대표의 연임이 매우 유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음에도 정치적 외풍이 예상보다 거셌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 역시 이런 정치적 외풍의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설사 대표 선임 절차를 이전처럼 번복하는 일이 재발하지는 않더라도 새 대표 선임안이 정기 주주총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부터가 아직 불투명하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8.53%)이 대표 선임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민연금은 구현모 현 대표의 연임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여권과 보조를 맞춰왔는데 이번 주주총회에서도 윤 사장의 차기 대표 임명안에 반대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대표 선임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된다면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며 경영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윤 사장은 차기 대표 후보로서 불확실성이 가시기 전까지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 대표도 주주총회 전에 이미 신사업 전략과 임원인사, 조직개편안에 관한 경영구상을 하며 임시안을 마련해 두겠지만 대표 선임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업무 추진이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경영 일정도 전반적으로 늦춰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KT는 지난해 말 대표 선임을 매듭짓고 새 대표체제에 맞게 인사와 사업 재정비도 벌써 마무리했어야 한다.
구현모 대표는 2019년 말 대표로 내정된 뒤 이듬해 1월 중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모든 일정이 한참 뒤로 밀린 셈이다. KT로서는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됐다.
주주총회를 통해 새 대표체제가 무사히 출범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여권이 반대 의사를 내비쳤음에도 선발된 대표인 만큼 정부·여당과 관계가 껄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은 정부 규제를 많이 받는 업종인 데다 현재 통신업계는 요금제 인하, 제4이동통신사 출범 등의 민감한 사안을 놓고 정부와 협의를 이어나가야 하는 형편이다.
새 대표가 정부 눈치를 보느라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다가 KT 이사진이 상당 수 재편된다는 점도 윤 후보자로서는 작지 않은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사회의 사외 구성에서도 여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날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사임하면서 KT 이사회 구성원은 9명에서 8명으로 줄었다. 일부 사외이사도 임기 만료도 임박한 만큼 이사회 새 사외이사로 윤 후보자와 맞지 않는 인물이 합류한다면 회사 운영을 뜻대로 펼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KT 경영진이 교체됨에 따라 향후 수익성 위주 경영 정책과 배당, 주주이익환원 정책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신임 대표의 성향과 경영 비전이 공개되기 전까지 혼란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최소한 4~5월까지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