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세액 공제율을 늘리는 K-칩스법을 추진하면서 3월 임시국회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왼쪽부터) 송언석 원내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3월3일 수출전략 민당정협의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세액 공제를 늘려주는 ‘K-칩스법’이 3월 임시국회 쟁점법안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이 이를 핵심 입법과제로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저하와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외부환경 악화로 ‘K-칩스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하지만 일부 반도체 대기업들에게 세금혜택을 몰아줌으로써 세수가 부족해진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돼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찬성할 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은 3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정칠희 네패스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수출 전략 모색을 위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반도체 분야 수출 증가를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전략을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501억 달러(약65조 4천억 원)로 2022년 5월(541억6천만 달러)보다 7.5% 감소했다. 수출은 2022년 10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2월 수출액(59억6천만 달러, 약7조7800억 원)이 작년 같은 달보다 42.5%(44억 달러, 약5조7천억 원) 급감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반도체 경기의 반등 없이는 당분간 수출 회복의 제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반도체 수출 감소를 강조하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K-칩스법 통과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이날 회의 뒤 우리나라 수출 주력분야인 반도체 수출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성 의장은 "당정은 반도체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내 설비 투자 촉진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며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K-칩스법'의 조속 입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에서 "각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에 세금 인하와 투자 지원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며 "민주당 때문에 반도체 육성을 위한 ‘K-칩스법’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국회 통과 필요성을 강조한 ‘K-칩스법’은 정부가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1월 말 국회에 제출돼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재위에 계류 중이다.
K-칩스법은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8%→15%, 중소기업은 16%→25%로 올리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수용하기 힘든 지원금 지급 조건을 발표하면서 K-칩스법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정부는 28일 내놓은 반도체 지원금 가이드라인에서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시설투자를 10년 동안 제한하는 것은 물론 1억5천만 달러(2천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초과이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불합리한 지원금 조건에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를 재검토하는 등 설비투자 전략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 기재위는 2월 K-칩스법 검토보고서에서 “미·중 기술패권 전쟁으로 반도체 소재 및 부품의 전략적 통제 시 다양한 첨단 산업의 경쟁력 상실과 경제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며 “기술 공급망 확보를 위한 대규모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다양하게 고려됨과 동시에 신규 투자를 통한 공급망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K-칩스법 통과시 4조 원이 넘는 세수 감소에 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22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부총리에게 “정부가 8%로 했던 것도 세수 감소가 너무 클 것 같아서 그런 것 아니냐”며 “몇 조 단위 세수 감소에 재정당국 수장으로서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느냐”고 물었다.
기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개정안대로 공제율 상향이 이뤄졌을 때 2024년 3조2700억 원, 2024년∼2025년 누적 4조26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계했다.
세액공제율 상향에 따른 효과와 수혜기업들에 관한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추 부총리에게 세액공제율을 15%로 산출한 근거를 요구하면서 “어떤 게 적정한지 검토를 충분히 해야하지 않겠나”며 “(세액공제율 상향을) 실시하고 나서 어떤 투자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해 말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서 처리했던 법안을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뒤집은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지난해 말 2023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 당시 'K-칩스법' 관련 논의를 진행하면서 국민의힘은 20%, 민주당은 10%의 대기업 세액공제율을 담은 안을 내놨다. 그러나 기재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여야 합의로 세액 공제율을 현행인 8%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인 지난해 12월30일 윤 대통령이 “반도체 등 국가 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말하자 세액공제율을 2배 가까이 높인 개정안을 내놨다.
국회를 둘러싼 정치환경에 변수가 많아 K-칩스법 통과 여부는 쉽사리 예상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표 추가 구속영장 청구와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정국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8일 치르는 전당대회 이후 원내에서 입법 동력을 결집할 수 있을지도 변수로 여겨진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