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에서 선보일 기술과 서비스 가운데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분야로 인공지능(AI)이 손꼽힌다.
최태원 회장도 MWC2023 참석을 예고한 만큼 자신의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SK그룹 인공지능 사업의 협력 기반을 다지는 일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 최태원 회장(사진)이 MWC2023에 참석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로 SK그룹 인공지능 사업의 협력 기반을 다지는 일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27일(현지 시각)부터 나흘 동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되는 MWC2023에서 인공지능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은 MWC에서 매년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는 분야로 해를 거듭할수록 관심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는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인 ‘챗GPT’ 열풍으로 인공지능의 일상 침투율도 높아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SK그룹의 인공지능사업의 선봉 격인 SK텔레콤은 MWC2023 전시 부스에 인공지능과 관련한 기술과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소개할 계획을 세웠다.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에이닷’, 로봇, 보안, 미디어,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는 비전 인공지능(Vision AI), 인공지능 서비스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스마트시티와 교통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위치분석 플랫폼 ‘리트머스’ 등을 선보인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MWC2023 현장을 찾아 글로벌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 사장은 최근 언론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AI컴퍼니로 도약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메타버스, 6G(6세대)통신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전 세계에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 MWC2023은 SK텔레콤의 핵심 서비스와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MWC2023에는 유 사장뿐 아니라 최태원 회장도 참석해 글로벌 사업협력 기반을 다지는 일에 힘을 싣는다. 그룹 차원에서도 SK텔레콤이 제시한 AI컴퍼니(인공지능 기업) 비전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이 MWC2023 방문을 통해 단순히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협력기반을 다지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최 회장은 글로벌 인맥이 두텁고 국제적 감각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보스포럼 등 국제 행사에 꾸준히 참석해 해외 경제계 인사는 물론 정계·학계 인사들과도 교분을 쌓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덕분에 인간관계에서 비즈니스 기회도 여러 차례 확보했다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최 회장은 2021년부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 민간 경제외교 활동을 하면서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MWC2023도 이런 최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량이 여실히 발휘될 무대가 될 수 있다.
최 회장이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지닌 만큼 인수합병이나 지분 투자와 같은 중대한 사안들의 교섭에도 현장에서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최 회장이 구상하는 그룹의 미래전략에서 적잖은 중요성을 지닌 분야로 꼽힌다.
최 회장이 인공지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키우려는 강한 의지는 그가 그룹의 인공지능 사업을 주관하는 SK텔레콤의 미등기 회장을 맡은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2월 SK텔레콤 미등기 회장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인공지능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기회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인공지능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MWC2023에서도 선보이는 초거대 인공지능 모델 ‘에이닷’을 활용한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한편 인공지능 기술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더 확대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SK텔레콤은 20일 자체 개발한 비전 AI 기술이 적용된 ‘AI로봇키트’도 출시했다. AI로봇키트는 전후방 카메라의 영상을 고화질로 전송하여 AI영상분석에 따른 로봇의 임무 수행과 원격 제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커피로봇, 물류로봇 관련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최낙훈 SK텔레콤 Industry AIX CO 담당(산업AI담당)은 "고객사에서 필요로 하지만 로봇제조사는 대응하기 어려운 AI기반의 응용 솔루션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SK텔레톰 로봇사업의 지향점이다"며 "개인은 물론 기업 고객들의 편의와 생산성을 높여주고 즐거운 경험까지 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SK그룹 계열사 사이 시너지도 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다.
인공지능이 구현된 기술과 서비스를 담당하는 SK텔레콤뿐 아니라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의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업체 사피온을 거느리고 있다. 사피온은 SK텔레콤(50%)이 SK하이닉스(25%), SK스퀘어(25%)와 함께 SK ICT(정보통신기술)연합을 구성한 뒤 80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사피온이 2020년 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220’은 인공지능 연산에 쓰이는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사용량은 80% 낮고 연산속도가 1.5배 빠르다.
사피온은 올해 전작에 비해 성능이 4배 정도 향상된 인공지능 반도체 ‘사피온 X330’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피온과 같은 비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의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도 인공지능 시장 확대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도화된 인공지능을 구현하려면 수많은 데이터의 연산이 필요한 만큼 메모리반도체의 성능과 용량도 따라서 높아져야 한다. 이 때문에 128기가바이트 이상의 D램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의 대중화는 직접적으로는 GPU 수요를, 간접적으로는 D램을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