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엔씨소프트가 조만간 쓰론앤리버티를 출시한다.
프로젝트TL이라는 프로젝트 이름이 공개됐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TL이 ‘더 리니지’의 약자라고 생각했었다. 쓰론앤리버티라는 게임 이름이 공개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쓰론앤리버티를 리니지의 정신적 후속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쓰론앤리버티의 출발은 ‘리니지 이터널’이었다. 2011년 개발이 시작된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가 2017년에 취소되면서 리니지 이터널의 개발 자산을 기반으로 새롭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바로 프로젝트TL, 쓰론앤리버티다.
리니지 이터널이 쓰론앤리버티로 변한 데에는 엔씨소프트의 다급함이 반영돼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리니지 지우기’다.
일반적으로 어떤 콘텐츠 기업이 하나의 지식재산(IP)으로 굉장히 유명하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다.
소위 ‘대박’이 난 IP가 하나 있다는 것은 콘텐츠 기업에게 엄청난 자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 IP의 이미지에 기업이 종속돼버리는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심지어 그 회사에서 새롭게 내놓은 게임이 그 유명 IP의 ‘아류작’ 취급을 받아버리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배우들이 어떤 배역으로 굉장한 유명세를 얻었을 때 다른 작품에서 그 배역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매우 힘든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리니지라는 IP의 이미지 자체가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데 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라는 ‘리니지 3형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지만, 반대로 ‘게임’ 기업, ‘콘텐츠’ 기업으로서 인식은 악화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끊임없이 글로벌 진출을 이야기해왔다.
김 대표는 2022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회사로의 더 확고한 도약이다“며 ”신작을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확대 탑재해 엔씨소프트의 무대를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임 기업이 글로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들이 콘텐츠를 파는 기업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수익모델(BM)장사를 할 수 있는 국내 시장과 달리 콘텐츠의 퀄리티에 매우 민감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리니지는 강한 길드(혹은 사용자)에 의한 사냥터 통제, 여기서 나오는 사용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이 경쟁심리에서 촉발되는 막대한 현금결제라는 사업모델을 대표하는 IP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유형의 사업모델을 두고 ‘리니지 라이크’라는 별칭이 생길 정도다.
엔씨소프트가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반드시 엔씨소프트에 드리워진 리니지의 그림자를 걷어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쓰론앤리버티는 사실상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를 벗어던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겨진다.
리니지 3형제의 성공 이후로 엔씨소프트가 다른 IP의 게임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블레이드앤소울2’와 ‘트릭스터M’이 있었다.
하지만 두 게임은 ‘무협 리니지’와 ‘아기자기한 리니지’라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아직 쓰론앤리버티가 출시되지 않았는데도 게임 이용자들은 엔씨소프트와 김 대표의 이야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가 최근 공개한 쓰론앤리버티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을 두고도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일부 게임 리뷰 전문 유튜버들은 쓰론앤리버티의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에서 보이는 리니지와 유사한 점들을 조목조목 짚어내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쓰론앤리버티의 ’쓰‘와 ’리‘라는 글자를 따서 사실 ’리니지 쓰리‘라는 별명을 붙인 누리꾼도 있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디렉터스 프리뷰 영상의 오프닝을 맡으면서까지 쓰론앤리버티의 이미지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기대만큼 통하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만약 쓰론앤리버티가 정말로 엔씨소프트가 칼을 갈고 준비한 게임이라면, 그래서 엔씨소프트가 이제 더 이상 리니지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쓰론앤리버티‘를 만든 회사로 기억될 수 있다면 쓰론앤리버티는 엔씨소프트와 김 대표의 운명을 바꿔낼 역사적 타이틀이 될 수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최근 내놓은 게임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여전히 엔씨소프트의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MMORPG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게임회사 밸브(VALVE)의 '하프라이프 : 알릭스'와 비교당하며 굴욕을 맛봤던 리니지W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엔씨소프트의 충돌 처리 기술력은 절대로 얕볼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쓰론앤리버티는 완벽한 심리스 오픈월드를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세계에서 그 어떤 게임회사도 아직까지 구현해내지 못한 기술입니다. 심리스란 게임 세계 전체를 어떠한 로딩도 없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기술을 말한다.
만약 쓰론앤리버티가 정말로 이를 구현해낸다면, 세계에 “엔씨소프트가 변했다”는 것을 알림과 동시에 엔씨소프트의 기술력을 만방에 자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쓰론앤리버티의 출시일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엔씨소프트는 올해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마지막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쓰론앤리버티는 엔씨소프트의 ’게임회사‘로서의 경력에 마침표를 찍어버리는 ’리니지 쓰리‘가 될까, 아니면 엔씨소프트를 글로벌 게임회사로 우뚝 세울 받침돌이 될까?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쓰론앤리버티에 상당히 많은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쓰론앤리버티는 앞으로 엔씨소프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보여주는 타이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