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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윤석열정부 금융당국 수장 모임, '서별관회의' 돼서는 안 된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3-01-16 16: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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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윤석열정부 금융당국 수장 모임, '서별관회의' 돼서는 안 된다
▲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022년 12월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서별관 회의’는 밀실 회의의 대명사 격으로 여겨진다.

10년 전만 해도 당시 대통령이 머물던 청와대 본관 서쪽 별관에서는 정기적으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비공개로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국내외 주요 경제 및 금융현안을 논의했다. 정치권과 금융권은 이 비공개 거시경제협의회를 서별관 회의라고 불렀다.

서별관 회의는 김영삼정부 때부터 박근혜정부 때까지 이어졌다. 비공개 회의인 만큼 회의록도 남기지 않았다.

서별관 회의가 크게 문제된 것은 박근혜정부 들어서다.

분식회계 논란을 겪던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대규모 지원이 서별관 회의에서 결정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큰 논란이 됐고 이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규모와 예산 축소 등도 서별관 회의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라져야 할 적폐 취급을 받았다.

결국 서별관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없어졌다. 청와대 서별관조차 리모델링을 거쳐 경제금융뿐 아니라 여러 안건을 논의할 수 있는 일반 열린 회의실로 바뀌었다.

갑작스레 서별관 회의를 소환한 것은 윤석열정부 들어 국내 경제와 금융정책을 이끄는 수장들이 비공개 모임을 다시 시작했기 때문이다.

1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정기적 만남을 갖고 경제현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애초 매주 일요일 만남이 이뤄졌으나 지난주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길에 동행하는 추 부총리의 일정 등을 고려해 13일(금요일)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남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에서는 이들의 만남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벌써 ‘스텔스회동’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시중은행의 높은 수익성을 비판하는 금융당국의 일관되고 강도 높은 지적도 이 회의를 통해 이뤄진 공감대를 바탕으로 나온다고 바라보고 있다.

경제현안을 놓고 주요 금융당국 수장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소통을 강화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현안을 놓고 각 부처와 기관 수장들이 모여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조율하는 자리는 많을수록 긍정적 효과가 클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기관별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정부 경제정책이 한 방향으로 가는 데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한국은행 출범 이후 기준금리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경제 비상상황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금융 및 경제정책과 통화정책 사이 엇박자가 날 가능성 등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비공개 회동은 더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큼 주요 정책 논의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입김은 각 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치고 이는 결국 서별관 회의의 폐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주현 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지속해서 일고 있는 관치금융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치금융이라는 말 자체에 어폐가 있다고 해명했다.

모든 산업이 규제를 받는 만큼 정부가 규제를 통해 금융산업에 개입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금융에만 관치금융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정치적 논리라는 것이다. 관치금융은 국내에서만 쓰이는 표현일 뿐 해외에서는 없는 말이라고도 강조했다.
 
[기자의눈] 윤석열정부 금융당국 수장 모임, '서별관회의' 돼서는 안 된다
▲ 청와대 본관 전경. <청와대 홈페이지>

하지만 관치금융이라는 단어가 국내에서 사라지지 않고 지속해서 사용되는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이다.

서별관 회의도 그렇다. 서별관 회의가 오랜 기간 국내 주요 경제와 금융정책을 다룬 만큼 국내 금융산업 정책의 주요 의사결정이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의혹 역시 깊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7월 박근혜정부 시절 서별관 회의의 문제점이 크게 불거졌을 당시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서별관 회의는 비공식 회의로서 논의 안건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어떤 안건이 논의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말이 안되는 소리다. 정부 정책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회의의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새로 시작된 금융당국 수장들의 만남이 이같은 해명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경제와 금융분야의 굵직한 정책을 결정하는 비공식 회의체가 존재한다는 인식은 금융산업 분위기 전반의 위축과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을 게 없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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