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파업 대응으로 얻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노동시장개혁에 나선다. 다만 주 69시간의 노동시간개편안이 힘을 얻기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상승궤도에 올라탄 지지율을 바탕으로 노동시장 개혁에 나선다.
개혁안 핵심 가운데 하나는 주당 노동시간을 최대 69시간으로 늘리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부정적 여론을 잠재울수 있을지 미지수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취임 2년차를 맞는 올해 3개 개혁을 정부의 화두로 잡았다.
전날 열린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부터 윤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방안과 3대 개혁에 대해 말했다"며 "노동, 교육, 연금 등의 3대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새해 들어 사흘 연속으로 3대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도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은 어렵고 힘들지만 우리가 반드시 나아가야 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3대 개혁을 말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좀더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40%대로 올라섰는데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놓고 응답자의 40%가 긍정평가를 내리며 지지율이 3주 째 40%대를 유지했다. 케이스탯리서치(조선일보 의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40.3%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하게 대응한 뒤 30%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던 지지율이 상승세를 그렸다. 노동 현안에 대응하면서 국정동력을 확보한 윤 대통령으로선 노동개혁을 추진하기에 좋은 시기인 셈이다.
2023년에는 대선이나 총선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개혁 논의를 하기에 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022년 12월21일 친윤(친
윤석열)계 모임인 ‘국민공감’에 참석해 "지지율에 영향을 줘도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의 의지에 힘을 보탠 것도 이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노동시간 개편은 국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국민들을 설득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 중요하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입법절차를 밟아야 하기에 여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의 핵심은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안의 뼈대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권고문에 따르면 주당 52시간으로 한정돼 있던 노동시간 적용단위가 월·분기·반기·연별로 늘어나 주당 최대 69시간의 노동이 가능해진다.
개혁안대로 노동자가 한 주에 몰아서 69시간을 몰아 일을 하더라도 다른 주에 일을 덜 하게 돼 법정노동시간 총량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주당 노동시간만 보면 최대 14시간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근로자들은 노동시간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노동시간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미지가 형성되면 국민적 반발에 부딪혀 개혁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주당 최대 69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주 69시간 노동 자체가 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은 2022년 12월24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일본에서는 간호사들을 4일 쉬고 3일만 일하게 했더니 과로사 문제가 터졌다"며 "한국 노동부 과로사 인정기준도 60시간으로 이번 안은 노동자 건강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 병원장은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로 노동안전보건활동을 펼쳐 왔다.
대한민국의 평균 노동시간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19년 최초 협약을 통해 노동시간은 하루 8시간, 주당 48시간 이상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주52시간제에서도 한국의 연간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근로시간 1716시간보다 높다.
노동시간 개편에 관한 여론도 실제로 반대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2022년 12월21일 시행한 노동시간 주 69시간 확대에 대한 찬반 여론조사결과는 반대 55%, 찬성 41%로 집계됐다.
설득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노동시간 개편을 추진하다가 윤 대통령이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양대 노총은 모두 노동시간 개편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신년사에서 "
윤석열 정권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의 구렁텅이로 우리를 몰아넣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더 크고 단단한 연대로
윤석열 정권과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신년사를 통해 "
윤석열 정부는 취임 초부터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실제로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간 권고안은 유연장시간노동체제로의 회귀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사에 언급된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