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케미칼이 최근 불거진 재무부담 우려에도 상생 의지를 확고히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신성엽 원림 대표이사가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식'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롯데케미칼> |
[비즈니스포스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잇단 대규모 지출에 따라 재무 부담에 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중소기업과 상생에 3천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협력사와 상생을 통해 공급망 체계를 단단히 해두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8일 동반성장위원회, 협력 중소기업과 함께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롯데케미칼 동반성장 프로그램의 우수 참여 협력사로 선정된 4개 기업에 관한 감사패 전달 행사도 함께 지행됐다.
이번 업무협약은 협력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부회장은 2019년 동반성장위원회와 대·중소기업 사이 임극격차 해소 및 동반성장을 위해 ‘혁신주도형 임극격차 해소 협약’을 맺었다. 3년의 협약 기간이 올해 만료됨에 따라 롯데케미칼과 동반성장위원회는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협약에 따라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동반성장펀드 출연과 신용보증 지원을 비롯해 해외 판로 개척 및 기술혁신 지원 등 3년 동안 모두 326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원 분야별 지원 규모를 보면 동반성장 협력대출펀드 조성 등 경영안정금융 지원에 2400억 원, 임금지불능력 제고 지원에 845억 원, 임금 및 복리후생 지원에 15억 원 등이다.
또 롯데케미칼은 하도급, 위·수탁, 납품, 용역 등 협력거래에서 ‘대금 제대로 주기 3원칙’을 준수하고 ‘납품 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운영해 거래 기간에 남품단가 등 변동 요인 발생으로 협력기업이 조정을 신청할 때 신속히 검토하고 상호 협의를 진행한다.
협력 중소기업은 △연구개발(R&D), 생산성 향상 등 혁신 △제품·서비스 품질 개선 및 가격경쟁력 제고 △임직원 근로조건 개선과 신규 고용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롯데케미칼과 협력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 및 동반성장 활동이 실천되도록 기술 및 구매 상담의 장을 마련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홍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영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롯데케미칼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협력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강화해 다시 한번 협약에 동참해 주신데 감사하다”며 “협력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롯데케미칼이 글로벌 종합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이 최근 시장에서 불거진 롯데케미칼 재무부담 우려에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3천억 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한 일을 놓고 상생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황 악화 탓에 올해 2분기와 3분기 잇따라 영업손실을 봤다. 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2조7천억 원, 인도네시아에 석유화학 생산시설을 짓는 ‘라인 프로젝트’ 5조 원 등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계열사 롯데건설을 향한 자금 지원에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을 포함해 9천억 원을 투입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 재무안정성을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라인 프로젝트는 오래전부터 추진돼 오던 사업이었지만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금을 소요하게 됐고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롯데건설을 향한 지원이 급작스럽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을 둘러싼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또 최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1조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김교현 부회장은 자금 문제에 관해 급한 불을 껐다고 보고 협력사와 상생 지원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김 부회장은 “최근 저성장 기조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 사이 협력이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파트너사의 경쟁력 강화와 구성원의 복지 향상,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