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뿐만아니라 민주당 전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 장관이 정치인으로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장관은 2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제77주년 교정의날 기념식 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이 저질 가짜뉴스에 올인하듯 모든 걸 걸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작 저질 가짜뉴스를 뿌리고 다닌 김 의원은 대변인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을 피해서 도망다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이란 이름을 가린다면 민주당을 비판하는 국민의힘 중진 의원의 발언이라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말이다.
앞서 김의겸 의원이 24일 국회 법사위 종합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지난 7월 서울 청담동의 한 고급 술집에서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포함해 앞으로 어떤 공직이든 다 걸겠다 의원님은 무엇을 걸 것인가"라고 쏘아붙이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후 한 장관은 연일 민주당을 향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27일 개인 자격의 입장문을 통해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질 가짜뉴스를 보란 듯이 공개적으로 재생하고 나아가 신빙성이 높다거나 태스크포스를 꾸리자고 했다"며 "민주당 차원의 진솔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막은 것과 관련해 "일반론이지만 민주·법치국가에서 영장 집행은 재량이 아니라 국민이 따라야 하는 헌법상 의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사이다' 발언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환영받았던 것처럼 한 장관도 국민의힘 지지층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속 시원한 말을 거침 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한 장관이 민주당과 설전을 주고받을 때마다 한 장관의 정치적 입지도 자연스레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법무부 수장인 한 장관과 이재명 대표의 대립 구도가 서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한 장관은 '검찰이 유동규의 진술만으로 대선자금 수사를 한다'는 민주당의 비판에 "법원이 유동규의 진술 하나만 갖고 영장을 발부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라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장관의 다른 '말'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한 출판사가 한 장관의 주요 발언을 담은 '한동훈 스피치'라는 책을 펴내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가 100만을 넘어섰고 모금액은 당초 목표의 1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으로서 한 장관의 이름값이 유명 정치인 못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선 다음 총선 출마 가능성을 비롯해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합리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 장관이 총선 전면에 나선다면 수도권과 중도층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에서 한 장관이 '윤심'을 등에 업고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할 가능성도 조심스레 떠오른다.
한 장관은 2024년 총선 출마를 놓고 "현재 그런 생각은 없다"고 하지만 이미 한 장관의 말과 행동은 다음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장관을 법무부 장관에 내정했을 때에도 한 장관의 정계진출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한 장관을 향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1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총선에 참여해서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다"며 "아마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수진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총선 즈음에 한번 나서줬으면 좋겠다"며 "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