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영 기자 doyoung@businesspost.co.kr2022-10-24 17: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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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나경원 전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당권을 틀어쥘지 주목된다.
나 전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당권 주자들의 지지율 추락 속에 친윤 세력을 규합해 유 전 의원의 유력한 대항마로 나선다는 구도를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나경원 기후환경대사가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기후환경대사 임명장 전수식을 마친 뒤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나 전 의원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내세워 친윤계에 다가가면서도 기존 윤핵관과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핵관 당권 주자들이 크게 고전하는 가운데 1위를 달리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윤계 내부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자신이 유 전 의원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친윤이 다자대결보다 유 전 의원에 맞설 대항마로 1명을 선택해 1대1 선거 구도의 당권 경쟁을 벌이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친윤계 주자들은 당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며 ‘대통령과 소통이 중요할 텐데 그 역할을 잘 하실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래서 나가는 것 아니겠나”고 대답했다.
윤 의원은 최근 당 일각에서 ‘신핵관’이라 불리는 일을 두고 “신핵관이라는 것은 윤핵관을 대체할 새로운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반성적 의미의 얘기”라며 “저는 대통령께 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개진하는 것은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물론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에 올라있는 나 전 의원은 아직 도전을 공식화하지는 않았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대외직명대사인 기후환경대사에 임명됐다. 지난 14일에는 장관급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나흘 만에 2개의 정부 고위직을 얻은 것을 두고 당권 경쟁 대열에서 빠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일각에서 나왔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17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비상근 자리이기 때문에 당권 도전에 어떤 제한이 있지 않다”며 출마 의지를 접지 않았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더구나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나 전 의원이 세 규합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당대회 전 당협위원장 당무감사와 사고당협위원장 선출에 나서기로 하면서 전당대회는 2023년 3~4월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 나 전 의원은 기후환경대사직 등을 수행하며 정치적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장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범부처 계획을 심의하는 비중 있는 역할을 맡는다. 기후환경대사 역시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정상회의에 대통령 특별 사절로 참석하는 등 상징성이 작지 않다. 그만큼 정치적 위상을 높일 기회가 된다.
나 전 의원과 윤 대통령의 과거 인연도 조명을 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 서울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윤 대통령을 도왔다.
그는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다. 역시 서울대 법대 출신인 남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대학시절 윤 대통령과 같은 모임에서 공부하며 가까워진 뒤로 종종 모임도 갖는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내 갈등을 아우르고 우리가 화합해서 당력을 극대화해서 대통령께 힘 실어주는 그런 체제로 가야 되고 앞으로 당대표는 또 그런 사람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탄탄한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다른 친윤계 후보들을 상당한 격차로 앞서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26%로 가장 높았다.
나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10%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다른 후보군은 김기현 전 원내대표 3%, 주호영 원내대표 2%, 정진석 비대위원장 1% 등이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나 전 의원이 23%로 1위 자리에 올랐고 안 의원은 15%, 유 전 의원은 11%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정을 종합해 나 전 의원이 친윤계를 규합하고 '윤심'까지 등에 업게 되면 당내 기반이 허약한 유 전 의원의 대항마로 순식간에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투표 70%, 일반여론조사 30%로 당 대표를 뽑는다. 당내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의 독주를 견제하면서 △야권 지지층을 걸러내는 역선택 방지조항을 추가하고 △당원 투표 반영 비중을 높이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모두가 유 전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조항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이 중도 확장성이 약하다는 평가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나 전 의원이 지난 21대 총선과 지난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당대표 경선에서 고배 마신 것도 이런 약점 때문으로 평가된다.
이는 무엇보다 유 전 의원의 중도확장성과 크게 대비된다. 유 전 의원은 ‘중도·개혁’ 앞세우는 개혁 보수 노선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