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오른쪽)은 과거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상사와 부하 직원 관계로 일하다가 현재는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의 수장으로 있다. 이들에게 올해 연말은 각기 다른 사정으로 마음이 편치 않은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비즈니스포스트] 유통가에는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직접 기업 수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 여럿 있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과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는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다.
두 사람은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함께 근무했는데 당시 상사와 부하로 일한 독특한 인연이 있다.
이런 두 사람에게 올해 연말은 마음이 편치 않은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은 이마트와 SSG닷컴의 실적 부진으로 연임이 불투명하다. 김 대표는 컬리의 기업공개 문제로 골치가 아파 보인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강희석 사장의 대표이사 거취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번지고 있다.
애초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최근 2년 행보를 고려할 때 10월 초에 실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올해는 인사와 관련한 움직임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다면 인사를 굳이 늦게 발표할 이유가 없다. 올해 신세계그룹에 대대적 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런 시선 속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바로 강 사장이다.
강 사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7조1473억 원, 영업이익 221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SSG닷컴 역시 상반기에 매출 8482억 원, 영업손실 662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전환을 위해 과감하게 인수했던 지마켓과 SSG닷컴의 시너지도 아직은 ‘물음표’다. SSG닷컴과 지마켓의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신세계그룹이 지마켓을 인수하기 전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다.
시너지를 내기 위한 효율화 작업도 느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세계그룹이 지마켓을 인수할 때부터 SSG닷컴과 지마켓의 오픈마켓 사업이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SSG닷컴은 최근에서야 중복사업의 영역 조정에 나섰다.
여러 상황을 놓고 볼 때 강 사장 체제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강 사장은 신세계그룹 인사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다.
베인앤컴퍼니 유통소비재부문 파트너로 일하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인연을 맺었고 이를 계기로 2019년 10월 이마트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이마트가 세워진 1993년 이후 외부에서 최고경영자로 영입된 최초 사례다.
강 사장의 영입 당시 여러 말들이 돌았다. 외부에서 조언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 컨설턴트가 직접 경영을 도맡아 성과를 낼 수 있는지가 관심사였다.
강 사장이 이마트 3년, SSG닷컴 2년을 도맡았지만 내세울 만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다.
강 사장의 부하 직원으로 일한 적 있는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도 연말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최근 컬리의 상장 철회설에 시달렸다. 곧바로 사실무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현재 컬리의 복잡한 상황을 보여주는 얘기가 아니겠냐는 말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상장 철회설이 도는 근본적 이유는 컬리의 기업가치 하락 때문이다.
김 대표가 2021년 12월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서 투자금 2500억 원을 유치할 때만 해도 컬리는 기업가치로 4조 원을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재 컬리의 기업가치는 당시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에서 컬리의 상장예비심사를 받을 때부터 투자자들의 지분보유 확약서 제출 등으로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자본시장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어 ‘백약이 무효’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컬리는 상장 완주 여부를 내년 2월 안에 결정해야 하는데 이 기간 안에 시장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계속된 적자에 추가 투자금이 필요한 김 대표로서는 기업공개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의견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김 대표는 베인앤컴퍼니에서만 14년 일한 강 사장과 달리 여러 컨설팅기업을 거쳤다. 2007년 홍콩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2010년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 컨설턴트, 2012년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등에서 일했다.
김 대표가 베인앤컴퍼니에 합류한 시기는 2013년 6월이다.
이후 1년7개월가량 일하며 당시 베인앤컴퍼니 유통소비재부문 파트너로 일하고 있던
강희석 사장과 상사-부하 관계로 일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