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증권업계가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큰손' 고객 모시기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초고액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데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과 손을 잡고 전문적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 증권업계가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큰손' 고객 모시기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증권사들. |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각각 한영회계법인, 삼정회계법인과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NH투자증권은 6일 고액자산가 고객의 가업승계 컨설팅 서비스 강화를 위해 한영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날 삼정회계법인과 협약을 맺고 중소·중견 기업 고객 공동 발굴 및 인수합병(M&A), 파이낸싱 관련 자문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NH투자증권의 프리미어블루, 한국투자증권의 GWM(Global Wealth Management) 등 두 회사 모두 고액자산가 고객 전담조직이 주축이 돼 회계법인과 업무협약을 맺고 VIP 영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회계법인 외에도 법무법인과도 손을 잡고 고액자산가 고객의 상속, 증여, 신탁, 법률 문제와 관련한 전문적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히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증권사들 사이에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VIP마케팅 강화를 위해 법무법인과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과 손을 잡고 고액자산가 대상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배경에는 실적 부진에 따른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증시 거래대금 급증에 힘입어 너도 나도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호시절을 보냈지만 올해는 거래대금이 급감하고 있는데다 금리상승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593조 원이었던 한달 평균 국내증시 거래대금은 올해 345조 원으로 대폭 줄었다. 감소폭은 무려 42%에 이른다.
위탁매매 수수료수익의 감소에 따른 실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다른 부문인 투자금융(IB)부문 강화에 힘을 쏟기도 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이 이어지는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투자금융부문의 사업마저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에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 부문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산관리부문의 실적을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운용자금 규모가 큰 고액자산가 및 법인 고객 모시기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각국 중앙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는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어 아직까지 확실한 하락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데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가격이 급락하고 증시 역시 부진의 늪에 빠져 투자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욱 전문적 투자자문이 필요한 만큼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서비스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증권사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자산관리수수료 및 신탁보수 규모가 아직 위탁매매수익의 10%에 불과하지만 증권사들은 조금이라도 가능한 영역에서 실적을 올려야하는 절실함이 있다.
고객들의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조5천억 원에 이르렀던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는 올해 상반기 2조8천억 원으로 무려 38% 감소했다. 반면 자산관리수수료 및 신탁보수는 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 자산관리부문 수익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7년 4255억 원에서 2021년 7357억 원으로 무려 73% 증가했다. 박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