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렉라자’는 다가올 유한 100년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첫 단추가 될 혁신 제품이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7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국내 출시 1주년 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이 육성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국내 적응증 확대를 통해 블록버스터 신약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
블록버스터 신약은 연 매출 1조 원을 내는 신약을 뜻하는데 아직 국내 제약사에서는 나온 사례가 없다.
다만 조 사장은 렉라자를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키운다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임상에서 얻은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글로벌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한양행은 14일 렉라자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병이 악화하지 않고 생존한 기간)을 위약과 비교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개선해 평가 목적을 충족했다는 것이다.
구체적 임상 데이터는 연말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렉라자는 국내에서 2021년부터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아 판매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내년 1분기 안에 국내에서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적응증 확대를 위한 렉라자 허가 변경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렉라자 적응증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에서 1차 치료제로 확대되면 국내 매출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게 된다.
1차 치료제는 암을 진단 받고 처음 사용하는 약품을 말한다. 1차 치료제에서 약효를 보지 못하면 2차 치료제, 이 역시 효과가 없으면 3차 치료제로 바꾼다.
렉라자가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을 수 있다면 사용자가 늘어나 매출도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렉라자 매출은 수십억 원 수준이었고 올해는 3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렉라자의 적응증 확대가 더해질 경우 연매출 천억 원대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장세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렉라자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 대상 1차 치료제로 허가된다면 국내 기준 연간 1천억 원 이상 매출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 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은 앞서 6월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통해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아 보험급여가 이뤄질 경우 연간 3천억 원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유한양행이 판매하는 전문의약품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천억 원을 넘긴 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릴리가 공동개발한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뿐이다. 유한양행으로서는 렉라자에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조욱제 사장은 렉라자의 국내 적응증 확대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상용화까지 바라보고 있다. 렉라자를 블록버스터 신약 반열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세계시장 공략이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유한양행 파트너사 얀센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와 자체 약물 리브레반트의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결과는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레반트의 병용요법에 대한 시장가치를 50억 달러(약 7조 원) 이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렉라자가 세계적으로 판매되면 충분히 조 단위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렉라자는 조 사장의 궁극적인 목표인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2026년은 유한양행 창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글로벌 50대 제약사에 오르기 위해서는 현재 1조 원대인 연간 매출이 4조 원대로 성장해야 한다. 조 사장이 렉라자를 비롯한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