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중국이 무섭게 우리나라 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화학, 정유, 조선, IT, 반도체 등등 사실상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모든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매우 거세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패스트 팔로워’다. 하지만 ‘퍼스트 무버’와는 거리가 멀다. 중국이 이뤄낸 성과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 산업이 먼저 개척해 낸 시장을 매우 빠르게 잠식하는 것에 치중돼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LCD와 중소형 올레드(OLED)를 넘어 대형 올레드 패널에서까지 국내 업체들을 추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그 시간을 얼마나 늦출 수 있는가의 문제일 뿐 이 분야에서 중국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바로 중국의 약점, 중국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우리가 먼저 찾아내 초격차를 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새롭게 개척해나가고 있는 ‘미래 디스플레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초소형 올레드, 혹은 마이크로 올레드라고 부르는 디스플레이를 꼽을 수 있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유기물을 발광체로 사용한다는 것을 빼면 사실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올레드와는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마이크로’라는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마이크로 올레드는 픽셀 크기가 굉장히 작기 때문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하는데 최적화돼있다.
마이크로 올레드가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가상현실기기다.
TV나 스마트폰을 볼 때와 달리 가상현실기기는 정말 눈 바로 앞에 화면이 펼쳐지게 되기 때문에 픽셀의 크기가 매우 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픽셀의 구분이 눈으로 보여서(그물 현상) 몰입감이 확 떨어지게 된다.
또한 가상현실기기는 대부분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 그러니까 머리에 쓰는 형태이기 때문에 가벼워야 한다. 가벼움과 매우 작은 픽셀, 이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이 바로 마이크로 올레드 기술이다.
이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는 곳이 바로 LG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가상현실기기에 OLEDos(마이크로 올레드)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 올레드는 실리콘 기판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올레드 온 실리콘, OLEDos라고도 불린다.
LG디스플레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투명 OLED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투명 디스플레이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평소엔 창문처럼 사용하는 TV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상점의 진열대에 유리 대신 설치해 마치 증강현실처럼 제품의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줄 수도 있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2022에서 쇼핑몰용 투명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공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LED사업부의 마이크로LED는 현재 OLED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놓을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술이다.
마이크로LED는 유기체를 방광물질로 쓰는 올레드와 달리 무기체를 발광물질로 쓰는 무기 발광 디스플레이다.
무기체는 유기체보다 산소나 수분 등에 강하기 때문에 야외에서는 실내에서보다 성능이 떨어지게 되는 올레드보다 훨씬 더 안정적입니다.
또 올레드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번인 현상도 해결할 수 있으며 패널을 틈새 없이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디스플레이를 무한히 크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마이크로 LED를 포함한 무기 발광 디스플레이는 아직 갈 길이 먼 기술이다.
삼성전자에서 세계 최초로 2020년에 마이크로LED TV를 출시하기는 했는데, 가격이 무려 1억7천만 원이다. 올해 3분기에 생산이 시작된 차세대 제품도 역시 1억 원이 넘는 판매가가 책정돼있다. 아직까지 대중화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 기술이 대중화된다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아예 올레드를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고 볼 정도로 이 기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하면 역시 폴더블 디스플레이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SID2022에서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신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접는 스마트폰을 내놓게 만든 원동력이 폴더블 디스플레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디스플레이 업계의 혁신은 단순히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다. 디스플레이 기술의 혁신은 그대로 IT기기 폼팩터의 혁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국의 매서운 추격을 떨쳐내고 혁신을 통해 초격차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효과가 IT산업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도 이미 6세대 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과의 초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8세대, 10세대 올레드로 재빠르게 나아갈 뿐 아니라 무기 발광 디스플레이 등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기술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