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생명이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4월 자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하며 단숨에 GA 업계 1위로 올라섰는데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해 그 이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최근 피플라이프 인수를 확정하고 현재 계약과 관련한 세부 작업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10월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등 구체적 일정까지 언급되고 있다.
한화생명이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주도권을 계속 가져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GA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규모를 더욱 키우는 게 확실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에서 보험을 비교·추천할 수 있게 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보험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테크기업들의 보험진출 움직임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플랫폼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오프라인 영업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봤을 수 있다.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은 특정 보험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회사와 제휴를 맺어 다양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을 말한다.
한화생명과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예로 들면 한화생명에 소속된 설계사는 한화생명 상품밖에 팔 수 없지만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설계사는 한화생명뿐 아니라 다른 보험사 상품도 팔 수 있다.
GA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경쟁력은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한 번에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로서는 선택지가 넓어지는 만큼 특정 보험사 대신 GA로 발길을 돌릴 공산도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보험시장에서 GA의 영향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GA 소속 설계사에 판매 촉진비(시책)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강화하거나 직접 자회사 GA를 세우며 여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8월 GA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암·치아·행복종신보험 누계 실적이 20만 원 이상이면 매출 구간별로 가전제품이나 여행권을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한화생명은 같은 기간 6월 출시한 ‘간편 시그니처암보험’ 매출의 300%를 시책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생명, KDB생명, 푸르덴셜생명은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시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형 GA를 두는 것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 삼성화재금융서비스, 신한금융플러스, 디비금융서비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 등이 활동하고 있던 시장에 지난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와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출범하면서 설계사 조직을 모두 자회사 GA로 넘기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단행해 압도적 규모로 단숨에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한화생명은 이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보유한 상황에서 피플라이프까지 품게 되면 GA 업계에서 입지가 더욱 단단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는 1만7천여 명으로 알려졌는데 피플라이프가 합쳐지면 영업조직 규모도 2만 명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영업력이 강화되는 만큼 한화생명 상품 판매에도 보탬이 된다.
네트워크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피플라이프는 법인영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조직으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게 없는 네트워크 기반을 갖추고 있다.
2003년 설립된 피플라이프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경영 솔루션을 제공하고 동시에 솔루션과 연계된 보험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빠르게 덩치를 불려왔다. 예를 들어 CEO가 가업 승계로 고민하고 있다면 보험과 솔루션을 접목해 제공한다.
현학진 피플라이프 회장은 2020년 6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물론 당신을 도와줬으니 우리 보험을 들라는 건 아니다”라며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안에 보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화생명은 앞서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피플라이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이 주춤하고 있으며 대형 보험사들의 제판분리방식 자회사형 GA 설립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2020년과 올해 초에도 피플라이프 인수를 추진했으나 모두 무산됐다. 이때에는 지분 인수 규모와 매각 가격 등을 놓고 한화생명과 피플라이프 사이 의견 차이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