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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창업자가 한번쯤 꿈꾸는 타이틀은 다 손에 쥐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파워 여성기업인 50인’(2012년),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주목할 만한 여성기업인 50인’(2008년), 발명의 날 대통령표창(2005년), 벤처대상 신지식인(2004년) 등으로 선정됐다.
한 대표가 한경희생활과학을 창업한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그동안 회사는 직원 수 150명을 넘었고 매출은 1천억 원을 달성했다. 동시에 한 대표의 두 아들도 무럭무럭 자라 중학생이 됐다.
한 대표는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셈이다.
◆ 오바마 '일하는 가족' 행사에 초청받은 한경희
한 대표는 지난 달 23일 미국 오바마 대통령 주최로 워싱턴에서 열린 ‘일하는 가족을 위한 백악관 회담’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여성근로자의 근로환경 및 복지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기업 경영자와 정치인, 연구원 등 전 세계에서 온 130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부분 여성이었다.
우리나라에서 5명이 초청됐는데 그 중 한 명이 한 대표였다. 한 대표는 국내 기업인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밖에도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 김균미 서울신문 부국장, 곽정은 코스모폴리탄 한국판 에디터, 이은영 한국기술과학대 교수 등이 함께 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2007년 미국법인과 중국지사를 설립하면서 외국진출을 시작했다. 현재 한경희생활과학의 해외수출 부문에서 미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른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 대표가 여성 근로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 이번 행사에 초대를 받았다”며 “한경희생활과학은 9월~1년에 달하는 출산휴가 제공, 인사고과 불이익 없애기, 육아를 위한 탄력적 시간근로제, 정시퇴근제 등을 실천해 왔다”고 말했다.
한 명의 인력도 아쉬운 중소기업에서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경희생활과학에서 지난해 육아휴직을 이용한 사람은 8명이라고 한다.
한 대표는 “150여 명 직원의 조그만 회사에서 사람이 많이 빠지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내 자신도 힘든 경험을 했기에 워킹맘들을 전적으로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경희생활과학의 직원 중 여성근로자 비율은 26%다. 마케팅실은 53%가 여성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채 신입사원 중 여성은 56%를 차지했다.
한 대표는 매주 수요일을 '패밀리 데이'로 정해놓고 있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족과 스킨십을 많이 하라고 수요일 야근 금지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 “일 할 때 집중하고, 집에 가면 회사 잊고 애들 챙겨라”
한경희 대표는 지난 5월 한 여성잡지와 인터뷰에서 여자CEO로서 삶을 말하며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어려움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에 기업인들 포럼 가보면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해요. 유럽이 그나마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고, 미국은 아직도 우리나라만큼 여성들이 일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거든요. 미국에서 잘나가는 여성 CEO들이 그러더라고요. 여성들은 죄책감을 느끼는데 남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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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
일하는 시간만큼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어 여성이 남편과 아이에게 갖게 되는 죄책감에 대해 한경희 대표는 정답을 내놓았다. 일할 때 일에 집중하고, 집에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라는 것이다.
“많은 일하는 여성들이 집에서 회사 생각하고 회사에서 집 생각을 해요. 저는 그러지 말라고 해요. 집에 들어가면 우왕좌왕하지 말고 애들 챙기라고 조언해줘요.”
한 대표도 두명의 중학생 아들이 있다. 그는 부족한 시간이지만 저녁약속은 되도록 잡지 않고 주말은 가족과 보낸다. 그는 “양보다 질이라는 말도 있으니 같이 있는 시간만이라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이화여자대학교 불문과 졸업 후 스위스로 날아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근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서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결혼 후 두 자녀를 낳고 직장과 가사를 병행하다 우연히 스팀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사업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한 대표는 2012년 한 TV토크쇼에 나와 “사업을 시작하고 2~3년 동안은 제품을 개발하느라 매우 힘들었다”며 “처음에 5천만 원 정도로 예상했던 사업자금도 곧 억 단위가 되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때 아이들을 어떻게 돌봤을까.
한 대표는 사업초기에 늦게 귀가하는 날이 잦아 아이들로부터 늘 “엄마, 일찍 와”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반복되자 아이가 여섯 살 쯤 됐을 때부터 일찍 오라는 말 대신 “엄마, 일찍 오도록 노력해”라는 말을 들었다.
한 대표는 아이들에게 부족한 시간을 보상하기 위해 매일 밤 두 아들이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때문에 저녁약속을 거의 잡지 않아 ‘베일에 싸인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 가족은 ‘짐’이 아닌 삶의 ‘원동력’
한 대표가 제품을 개발하느라 집에 늦게 들어가도 가정이 평화로웠던 것은 남편과 양가 부모 덕분이었다.
사업초기 제품을 개발하느라 자금이 부족할 때 남편은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사업자금을 마련해줬다. 이마저도 바닥나자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들도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었다.
한 대표는 “남편과 부모님, 시부모님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하며 믿어주고 동반자를 자처한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남편이 격려를 많이 해주었다. 그는 “남편은 내게 날이 밝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고 이야기하곤 했다”며 “그 말을 듣고 내일이면 바로 잘 될 것 같다는 희망이 들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기업운영의 어려움을 아이들 덕분에 극복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일 할 수 있는 건 아이들 덕분”이라며 “애들을 생각하면 행복해져 힘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