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의 책임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는 조선회사와 해운회사 대주주들이 사재출연을 할지 주목된다.
◆ 조양호, 강도높은 압박받아
9일 업계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8일 “대주주의 책임과 관련해 사재출연이나 기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혹은 유상증자를 하든지 자구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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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해운은 현재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고 해외선주들을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연체된 용선료만 1천억 원이 넘어 용선료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최소 연체된 용선료만이라도 부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임 위원장은 8일 “용선료가 연체되면 협상 자체가 안 된다”며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한진그룹에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특히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비교되며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
현 회장은 2월 어머니 김문희 용문학원 이사장과 함께 300억 원을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현대상선에 출연했다. 현대상선은 최근 현 회장 등 대주주 지분에 대해 7대1 무상감자도 단행했다.
채권단은 당초 조 회장이 이미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던 한진해운을 2년 전에 맡아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룹 차원에서 1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조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실패에 대한 직접적 책임이 없더라도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채권단은 보고 있다.
◆ 이재용과 정몽준도 사재출연할까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여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삼성중공업은 유동성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유상증자를 제시하면서 유상증자 규모와 시기 등은 경영진단 결과와 자금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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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중공업의 주주는 대부분 삼성그룹 계열사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로 지분 17.62%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생명과 삼성전기 등 삼성그룹 계열사가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24%를 넘는다.
삼성그룹과 산업은행은 그동안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그룹 차원의 지원 방안을 담는 것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책임’을 내세웠고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삼성중공업 상황이 나빠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정상화가 안되면 결국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사재출연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3천억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아간 만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정 이사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돼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25년 넘게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노조의 비판은 정몽준 이사장의 아들인 정기선 전무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정기선 전무는 재입사 3년 만에 초고속으로 승진해 그룹 기획실 부실장과 선박해양 영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가 그토록 어렵다고 아우성을 쳐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