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카는 이번 기업공개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사진은 2022년 8월3일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쏘카의 기업공개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쏘카는 기업공개를 준비하면서 공모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주관사들과 10번이나 만났다.
4월부터 6월까지 거의 매주 만나 공모가격을 협의했는데 그만큼 상장흥행을 위해 신중을 거듭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부터 우리사주조합 청약, 일반청약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투자자들은 쏘카가 스스로 정한 기업가치에 의구심을 보였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가 제시한 회사의 청사진이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한 셈이다.
쏘카가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쏘카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쏘카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여러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데 실패한 것은 쏘카의 비즈니스에 확신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쏘카가 10~11일 진행한 일반청약 경쟁률은 14.4대 1이었다. 공모시장에서 관심받는 기업들의 경쟁률이 최소 몇백대 1에서 몇천대 1까지 기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쏘카의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적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률도 ‘기대 이하’였다.
쏘카의 우리사주 청약률은 39%였다. 회사 내부사정에 빠삭한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쏘카의 미래에 베팅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공모가를 대폭 낮춘 이후 진행된 청약임에도 불구하고 청약률이 낮았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임직원들조차 쏘카의 미래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시각도 마찬가지였다.
쏘카가 처음 제시했던 공모가 범위(밴드)는 3만4천~4만5천 원이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 참여한 전체 신청 건수 348건 가운데 공모가보다도 못한 3만4천 원 미만을 제시한 건수는 전체의 83.3%인 290건이나 됐다.
‘의무보유 확약’ 신청에서도 쏘카에 대한 투자심리는 싸늘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전체 신청 건수 348건 가운데 ‘미확약’ 건수는 329건(94.5%)이다. 그나마 의무보유 확약을 신청한 나머지 15건도 15일만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는 ‘15일 확약’을 신청했다.
쏘카를 중장기적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지난 공모 과정에서 나타난 이러한 결과들은 쏘카가 제시한 청사진에 투자자들이 공감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는 앞서 8월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이후 적극적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통해 ‘슈퍼앱’으로 거듭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가 구상하는 슈퍼앱은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쏘카라는 플랫폼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차량공유(카셰어링)뿐 아니라 전기자전거 서비스, 공유 주차 플랫폼, KTX 예약 등 모빌리티와 관련한 서비스와 이동 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숙박 예약 기능을 포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구상은 쏘카의 취약한 비즈니스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쏘카가 제출한 투자설명서를 보면 쏘카는 2021년 기준으로 카셰어링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98.93%를 냈다. 사실상 카셰어링사업이 쏘카의 전부라는 뜻이다.
▲ 쏘카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수요예측 실패, 공모가 하향조정 등의 과정을 거친 것은 비즈니스 모델을 놓고 투자자들의 확신을 얻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쏘카가 지향하는 '스트리밍 모빌리티' 서비스 설명 화면. <쏘카> |
하지만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5.7%를 보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를 따져도 7.5% 수준이다.
쏘카가 국내 카셰어링 시장에서 8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압도적 1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시장의 성장성 자체가 매력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왔다.
박 대표로서도 쏘카를 단순 카셰어링에서 벗어나 슈퍼앱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쏘카의 미래 성장을 위한 필연적 전략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쏘카가 슈퍼앱 전환을 성공시키기 위한 필수적 조건을 갖췄는지를 놓고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쏘카가 제공하는 일종의 유료멤버십인 ‘패스포트’를 구독한 회원은 6월 기준으로 약 16만 명이다. 수백만 명 이상의 유료멤버십 회원을 보유한 여러 이커머스기업들과 비교할 때 플랫폼 자체가 압도적 트래픽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수준이다.
플랫폼의 트래픽이 압도적이지 못하면 슈퍼앱 전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쏘카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표가 차량공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현실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기자간담회 당시 “20~40대 연령의 자차 소유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들이 주로 쏘카 이용자로 유입된다고 본다. 따라서 더 많은 사람들이 쏘카를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청 자료를 찾아보면 2020년과 비교해 2021년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2% 증가한 2491만1101대였다. 신차 출시,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차량 소유 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차량을 공유하기보다 소유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가 쏘카 상장을 강행함으로써 오히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일이 더 힘겨워지지 않겠느냐는 시선도 나온다.
박 대표는 애초 쏘카 상장으로 1500억 원가량을 조달해 운영자금으로 625억 원을, 인수합병 등으로 900억 원을 쓰려고 했다.
하지만 공모가를 낮춘 탓에 총 1천억 원가량밖에 조달하지 못하게 됐다. 운영자금과 인수합병 자금도 각각 403억 원, 600억 원으로 줄었다.
쏘카 스스로 “공모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의 투자를 통해 향후 모빌리티 밸류체인(가치사슬) 내 유관업체에 공격적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통해 슈퍼앱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던 점을 고려하면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재원이 축소됐다는 것은 곧 역량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