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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우리 꼴등 아녜요', 4대 금융지주는 왜 순위에 민감할까요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8-04 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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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어제였죠.

3일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과 관련한 자료를 각각 한 건씩 배포했습니다.
 
[백브리핑] '우리 꼴등 아녜요', 4대 금융지주는 왜 순위에 민감할까요
▲ 5월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부총리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기념사진을 찍은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종규 KB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연합뉴스>

김 의원실 자료에는 2020년부터 올해 5월까지 4대 시중은행 임원들이 받은 성과급 규모, 윤 의원실 자료에는 해마다 내려가고 있는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 통계가 담겼습니다.

이 자료가 언론 보도로 이어진 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언론홍보 담당자들은 해명에 진땀을 뺐습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임원들 성과급이 가장 많은 은행, 신한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가장 낮은 은행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김종민 의원실 자료를 보면 우리은행은 2020년부터 2022년 5월까지 임원 성과급으로 347억 원을 지급했습니다. KB국민은행 299억 원, 신한은행 254억 원, 하나은행 183억 원과 비교해 앞 단위가 다릅니다.

이를 놓고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과 집계 기준이 달라 나온 결과라고 항변했습니다.

다른 은행들이 현직 임원에게 지급된 성과급만 집계한 것과 달리 자신들은 퇴직임원에게 지급한 성과급까지 포함해 규모가 크게 나왔다는 겁니다.

다른 은행과 동일한 기준으로 임원 성과급을 집계하면 176억 원이라는 점도 알려줬는데 이는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신한은행은 윤창현 의원실 자료에 나온 대로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다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고객의 신용평가 점수가 높아졌거나 승진으로 연봉이 올라갔을 때 고객이 직접 은행한테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수용률이 높을수록 고객의 요구를 잘 반영해준 것이니 고객 친화적 은행이라고 볼 수 있겠죠.

윤창현 의원실 자료를 보면 신한은행의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33.3%로 KB국민은행(38.8%), 하나은행(58.5%), 우리은행(63.0%) 가운데 가장 낮았습니다.

이를 놓고 신한은행은 2020년 업계 최초로 비대면 금리인하요구권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해명했습니다.

비대면 접수를 선제적으로 시작해 절대적 신청건수가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수용률이 낮아졌을 뿐 실제 금리를 낮춰 준 수용대출금액 규모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크다는 겁니다.

실제 2021년 신한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접수건수는 약 12만9천 건으로 KB국민은행(2만573건), 우리은행(1만6975건), 하나은행(4987건)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지난해 수용대출금액 규모도 2조2천억 원으로 하나은행(1조5천억 원), 우리은행(5142억 원), KB국민은행(3291억 원)을 크게 앞섭니다.

신한은행 논리대로 접수건수 대비 수용대출금액을 구해보면 신한은행은 1720만 원으로 하나은행(3억110만 원), 우리은행(3030만 원)보다는 낮지만 KB국민은행(1600만 원)보다는 높습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국회의원이 내놓은 자료를 놓고 나쁜 쪽으로 1등이 아닌 이유를 열심히 해명한 건데요.

4대 시중은행을 포함한 4대 금융지주가 순위, 이른바 ‘줄 세우기’에 민감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8월 중순 이후 처음 나오는 각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와 관련해서도 누가 1등을 할지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공시 결과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예대금리차가 가장 높게 나온 곳은 ‘이자 장사’의 대표 은행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적 시즌만 되면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 경쟁 기사가 끊이지 않는데 이 역시 순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도 4대 금융지주의 이런 경쟁 심리를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당국은 7월 초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개선안을 발표하며 은행사이 금리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시중은행 줄 세우기가 금리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셈이죠.

4대 금융지주가 줄 세우기에 민감한 것은 금융업이 그만큼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4대 금융지주는 사실상 비슷한 상품을 앞세워 유사한 고객군을 상대로 영업을 합니다. 상품 차별화가 쉽지 않은 만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가 다른 산업과 비교해 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각종 순위는 각 금융지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도 합니다.

금융권은 의전 문화가 강한 산업으로 여겨집니다. 다른 금융지주 사이는 물론이고 한 금융지주 안에서도 각 계열사 대표의 자리나 보고 순서 등은 순이익 규모대로 정해질 때가 많다고 합니다.

각종 순위에 따라 주변 대우가 달라지니 기본적으로 각종 순위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금융업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는 점도 4대 금융지주가 각종 순위에 민감한 이유로 꼽힙니다.

예전과 비교해 개입이 많이 줄었다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각 금융사의 사업 인허가나 제재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금융사 임원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임원을 맡을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정부 눈치보기나 금융사 사이 순위경쟁 문화가 국내사업에 수익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사업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국내 금융산업은 해외 수출이 많은 제조업 분야와 달리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오랜 기간 받고 있습니다.

4대 금융지주의 수익원이 사실상 국내에 다 있는 만큼 해외 금융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점점 더 치열한 그들만의 경쟁을 벌인다는 거죠.

올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을 놓고도 잘 하고 있다는 칭찬보다는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역대 최대 순이익 기록을 매년 경신해 간다면 이자장사라는 비판은 크게 줄어들 게 분명합니다.

4대 금융지주의 순위 다툼은 선의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있습니다만 국내에만 머물 때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십상입니다.

일례로 한국 1등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는 최근 10년 사이 국내 주요 금융사를 다수 인수하며 몸집을 배 이상 불렸지만 수익성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0.2%를 보였습니다. 10년 전인 2011년 11.4%과 비교해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금융사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15~20%의 자기자본이익률을 보입니다.

4대 금융지주가 순위 발표에 무덤덤하게 될 날이 올까요?

아마도 4대 금융지주가 국내가 아닌 세계 무대에서 미국, 유럽 등 굴지의 글로벌 금융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날이 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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