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정 대표는 그룹사 구조 효율화에 신경을 쓰면서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시너지를 이끌어 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NHN은 콘텐츠·기술·결제·커머스의 4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현재 82개에 달하는 연결법인을 2024년까지 60여 개로 재편하며 경영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상호 대표는 그동안 PC는 NHN, 모바일은 NHN빅풋으로 나눠져 있던 게임사업을 한 곳으로 모아 사업역량을 키우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003년 NHN에 입사해 미국법인 NHN USA와 게임의 발굴, 배급사업을 총괄했으며 2018년부터 NHN빅풋 대표를 맡았다. 게임업계에서 20년 가까이 경험을 쌓은 전문가인 만큼 NHN의 게임사업 전반을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정 대표는 13일 NHN과 NHN빅풋의 합병소식을 전하며 “급변하는 게임산업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기 위해 사업 역량을 본사로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며 “본사가 게임사업을 주축으로 체급을 키우고 이와 함께 콘텐츠, 기술, 결제, 커머스 등 자회사 신사업의 동반성장을 이끌며 글로벌 톱티어 테크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게임사업 일원화를 통해서 '웹보드게임 시장 국내 1위'라는 NHN의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해 그룹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의 이런 판단은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로 힘을 받을 수 있게 됐다.
7월1일부터 시행된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은 게임머니의 월 구매한도를 50만 원에서 70만 원으로 상향하고 한 판당 결제 한도 역시 5만 원에서 7만 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NHN은 한게임을 '국내 웹보드게임 1위 브랜드'로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미 5월부터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배우 이병헌씨, 조승우씨, 정우성씨 등 3명을 모델로 선정했으며 배우를 본딴 아바타 등을 게임에 적용하고 경품을 내건 이벤트도 열고 있다.
NHN은 과거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 게임 매출이 크게 확대된 경험도 갖고 있다.
앞서 2016년 게임머니 월 구매한도가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되자 NHN은 게임부문에서 4729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2015년보다 14% 정도 성장했다.
웹보드게임 규제 완화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점령하고 있던 국내 게임 매출순위에도 즉각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모바일 인덱스의 7월4~10일 주간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살펴보면 ‘한게임 포커’는 13위, ‘한게임 포커 클래식’은 17위, 네오위즈 ‘피망 포커’는 23위로 순위가 각각 올랐다.
한게임의 대표 모바일 웹보드게임인 한게임 포커는 한때 일간 매출순위 10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NHN은 글로벌 게임사로 발돋움할 준비를 하고 있다. 1999년 한게임 출시 후 20년 넘게 축적해온 웹보드게임 경쟁력을 바탕으로 블록체인 게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번 합병은 NHN의 블록체인 게임시장 선점 전략 추진에 큰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HN는 올해 하반기부터 스포츠승부예측, 소셜카지노, 역할수행게임(RPG), 소셜네트워크게임(SNG) 등 다양한 장르의 P2E(돈 버는 게임)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이를 통해 NHN 게임부문 매출 비중의 감소 흐름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NHN의 2018년 이후 연결기준 실적을 살펴보면 게임부문의 매출 비중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8년 35.22%(4453억 원)였던 비중은 2019년 32.03%(4768억 원), 2020년 4596억 원(28.02%), 2021년 25.33%(4872억 원) 등으로 하락세다. 올해 1분기에는 25.30%(1317억 원)였다.
NHN 관계자는 "게임사업은 NHN의 4대 핵심사업인 콘텐츠, 기술, 결제, 커머스와 모두 시너지가 기대되는 분야이다"며 "20년 이상의 게임재화 관리 경험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P2E 게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