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SK에코플랜트에 따르면 회사는 기존 아파트 브랜드 SK뷰와 별도로 하이엔드 브랜드를 올해 3분기에 시장에 선보인다. SK에코플랜트가 이미 브랜드 이름도 어느 정도 결정했다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온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2월 ‘드파인’, ‘라테오’, ‘에피토’, ‘아펠루나’, ‘제뉴’ 등 아파트 브랜드 5개를 새로 출원했다. 앞서 ‘라파사드’와 ‘라봄’ 브랜드도 상표등록을 해 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상표출원을 한 브랜드들은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론칭을 계획한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상표등록을 마친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나온다.
박 사장은 올해 주택사업에서 도시정비, 민간도급사업 강화를 경영목표로 내걸면서 아파트 브랜드 재단장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수주실적을 늘리고 리모델링 등 새로운 영역으로 주택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면서 브랜드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체감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SK건설 시절부터 아파트 브랜드 SK뷰를 써왔다.
다만 SK뷰는 부동산시장의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평가 등에서 인지도와 경쟁력이 다른 10대 건설사들보다 뒤처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일부 브랜드 평가 조사에서는 중견 건설사에도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를테면 부동산빅데이터플랫폼 부동산R114가 2003년부터 내놓는 ‘베스트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SK뷰 브랜드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SK뷰는 이 조사에서 2017년에 9위를 차지하는 등 10위권을 계속 지켜 왔지만 2018년부터는 그 안에 들지 못했다.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순위로는 아래에 있는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린’, 두산건설의 ‘위브’ 등에도 밀리는 '굴욕'을 맛봤다.
요즘은 고급화 요구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아파트시장에서 평가하는 브랜드 가치는 곧 사업수주 경쟁력과 직결된다.
심지어 최근 들어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 시공사 입지까지 위협받은 일이 벌어졌다. 조합에서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시공사 갈아타기를 시도하려 했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말 서울 노량진7구역 재개발사업장에서 시공사 자격을 잃을 위기를 겪었다.
당시 노량진7구역 조합원들 사이에서 "노량진뉴타운 다른 사업장들은 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달게 되는데 우리만 나중에 집값 상승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면서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조합장이 교체되면서 시공사 해지를 추진하려는 실제 움직임도 있었다.
노량진7구역은 SK에코플랜트가 2017년 수주한 사업장이다.
이웃한 노량진뉴타운 5구역은 대우건설 ‘써밋’, 8구역은 DL이앤씨의 ‘아크로’ 등 대형 건설사들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노량진7구역 조합이 사업 속도가 느려질 점 등을 고려해 시공사 교체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SK에코플랜트는 사업장을 지킬 수 있었다. 그래도 브랜드 경쟁력 제고를 두고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 아파트시장은 도시정비영역뿐 아니라 아파트 분양, 매매시장에서도 하이엔드 브랜드 아파트 선호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등으로 전체 주택시장 경기가 나빠지면서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평가받는 일부 브랜드 아파트만 잘나가는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또 현재 건설기술과 주택상품성이 상향 평준화돼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 ‘이름값’이 가지는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상품의 질이 평균적으로 보장되는 시장에서 브랜드는 가격을 높여줄 평가기준으로 작용한다.
SK에코플랜트는 기존 강점이었던 플랜트사업부문을 떼어내고 2023년 상장을 준비하는 등 변곡점에 서 있다.
박 사장은 SK에코플랜트를 새롭게 가다듬으면서 친환경사업의 공격적 확장과 함께 주택사업 강화를 큰 줄기로 삼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그동안 해외 인프라개발 등 플랜트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던 만큼 주택사업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고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큰 변화와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1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도급 및 주택분양을 포함한 건축부문의 매출 비중이 30% 남짓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대형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평균적으로 50% 중후반대에서 70% 수준까지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비중 자체가 작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올해 들어 도시정비에서 리모델링, 소규모정비시장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주택사업을 키우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상반기 도시정비 신규수주액이 8802억 원이다.
이는 2021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4263억 원)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자 2018년 이후 도시정비부문 최대실적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