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DB그룹 내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DB하이텍의 글로벌시장 공략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첫째 딸이자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누나다.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을 맡다 최근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해 해외사업을 이끌게 됐다.
▲ 김주원 DB그룹 부회장.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DB그룹 오너집안 일원인 김 부회장이 DB하이텍을 비롯해 계열사 해외사업을 성장시키는데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DB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지분 9.87%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서울예고와 연세대를 졸업했으며 지난해부터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으로 일했으나 경영자로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진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달리 김 부회장의 남동생인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2020년 7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DB그룹의 재계에서 위상을 크게 높였다.
김 부회장으로서는 그룹 내 오너 경영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크다.
DB그룹은 한때 6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10대 그룹에 포함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대 중반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그룹 외형이 쪼그라들었다. 2015년에는 자산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DB그룹은 2021년 4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위를 회복했다. 김남호 회장이 DB그룹의 주력인 보험 등 금융계열사 외형을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김주원 부회장으로서는 DB그룹에서 김 회장처럼 경영자로서 위치를 확고하게 세우기 위해 DB하이텍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주로 8인치 웨이퍼 기반 시스템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 순위에서 10위권에 있다. 국내에선 세계 2위인 삼성전자 다음으로 큰 파운드리 업체다.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에서는 자동차, 생활가전, 노트북·PC 등에 쓰이는 아날로그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반도체 파운드리 업계의 주요흐름이 더 많은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12인치 웨이퍼로 넘어가면서 한때 뒤쳐진 기술로 평가받기도 했다.
하지만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무선이어폰 등 신규 정보기술(IT) 시장 성장세로 8인치 웨이퍼 기반 시스템반도체의 수요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분야의 고객사가 될 수 있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시장이 최근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아날로그 반도체 생산시설을 줄이는 팹라이트(Fab-Lite)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DB하이텍으로서는 대형 팹리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DB하이텍의 성장에 오너 경영자이자 해외사업 총책임자인 김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김 부회장이 앞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성과를 내 DB하이텍을 DB그룹 내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워낸다면 경영자로서 역량을 입증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DB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커나갈 잠재력이 충분한 회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업체 가운데 70V 이상의 고전압 전력관리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DB하이텍과 타워세미컨덕터, VIS 등 일부 소수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전압 전력관리반도체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데다가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삼성전자나 TSMC, 인텔과 같은 파운드리 선두권 기업들이 다루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석했다.
DB하이텍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전력관리반도체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김 부회장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력관리반도체 시장규모는 2021년 7조400억 원 수준에서 2024년 8조9930억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전력관리반도체가 모든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으로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데다 앞으로 전기차 관련 수요도 받쳐줄 것으로 예상돼 전망이 밝다는 시선이 많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