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금융지주사인 제이트러스트가 아주캐피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유력 후보였던 DGB금융지주(대구은행)가 빠진 틈을 타 최고가를 제시했다. 제이트러스트가 잇따라 국내 제2금융권을 사들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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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사와 노부요시 제이트러스트 회장 |
아주캐피탈은 다음달 중 우선인수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캐피탈은 아주산업 및 문경회 전 아우토플라츠 대표 등 특수관계인이 소유한 지분 74.16% 전량을 매각대상으로 내놓았다.
지난달 20일 끝난 예비입찰에 국내 금융회사와 사모펀드 외에도 일본계 금융지주사인 제이트러스트와 유럽 최대 은행인 산탄데르은행 등이 참여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제이트러스트는 입찰에 나선 기업 중 가장 많은 인수가격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제이트러스트가 내놓은 가격은 6천억 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매각가보다 1천억 원 이상 높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주캐피탈은 3일간 15%의 주가변동률을 기록해 지난 2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이트러스트는 2011년 네오라인크레디트 지분을 사들이면서 처음으로 국내에 발을 디딘 뒤 최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저축은행과 캐피탈을 1510억 원에 사들였다. 2012년 자회사 KC카드를 통해 사들인 미래저축은행을 개명한 ‘친애저축은행’에 이어 한국 제2금융권 자회사를 늘렸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제이트러스트가 자동차금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량 매물인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총자산 6조2270억 원에 영업이익 15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할부금융과 오토론(자동차대출) 시장점유율이 높다.
자동차할부금융은 시장 진입장벽이 낮으나 자동차 주인의 신용도와 연체율을 관리하는 노하우 등이 매우 필요하다. 또 전국적 영업망이 구축돼 있어야 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이트러스트는 그동안 주로 개인신용대출 금융사를 인수했다”며 “아주캐피탈을 추가로 인수할 경우 자동차금융을 확보해 소비자금융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고 말했다.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제이트러스트는 저축은행 정상채권 매입 및 대부업체 추가인수 등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수년 내에 국내 최대 서민금융사를 보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트러스트는 한국시장을 발판으로 향후 해외사업 비중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후지사와 노부요시 제이트러스트 회장은 지난달 “한국 진출 후 몇 년 동안 시장을 파악했고 대부업체 실적도 증가해 우리의 노하우가 통한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한국 진출을 제이트러스트의 해외진출 초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제이트러스트가 공격적 행보에 나서자 국내 금융권에서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일본계 금융회사가 부실금융사를 인수해 제2금융권을 장악할 경우 과도한 추심과 지나치게 높은 이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SBI홀딩스와 A&P파이낸셜(러시앤캐시) 등 일본계 자금이 이미 국내 서민금융기관을 인수했거나 인수할 예정”이라며 “일본계 금융자본이 국내에 침투할 경우 훗날 국내 금융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