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2022-06-27 18: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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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으나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영업손실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기요금을 올해 추가 인상하려면 관련 제도를 개편해야 하고 정부는 물가가 걱정이라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 서울 시내 한 주택가의 전력 계량기의 모습. <연합뉴스>
27일 한국전력공사는 2022년도 3분기 전기요금을 놓고 연료비 조정단가에서 kWh당 5원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4인 가구의 한 달 평균 전기사용량 307kWh를 기준으로 보면 월 전기요금은 부가세 등을 제외하고 1535원 오르게 된다.
전기요금 산정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으나 가정용 저압에 각종 복지 할인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 전기요금이 4만8400원에서 4만9935원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이 올해 1분기에만 7조8천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봄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비교적 과감하게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
그동안 한전은 전력공급 약관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를 한 분기에 kWh당 ±3원, 연간 kWh당 ±5원까지만 조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의 승인에 따라 약관 개정까지 이뤄져 한 분기에 연간 최대 조정폭인 kWh당 ±5원까지 조정할 수 있게 바뀌었다. 그리고 3분기에 1년치 최대 조정폭인 kWh당 5원을 인상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의 영업손실 감소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현재 국제 에너지 원가 상황을 고려하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3.6원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다. 이날 정부의 과감한 인상 결정도 한전이 필요하다고 본 인상폭의 15%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게다가 한전의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안에는 전기요금 추가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발표하면서 “한전은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33.6원으로 산정한 뒤 분기 조정폭 규정을 적용해 kWh당 3원 인상을 제출했다”며 “이에 정부는 연간 조정한도인 kWh당 5원 한도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회신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기존 약관에 따르면 4분기에 올릴 전기요금 인상폭을 한 분기 당기기는 하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기존 약관 이상의 전기요금 인상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로 읽힌다.
한전이 현재 에너지 원가 상황에서 영업손실을 피하기 위한 인상폭이 kWh당 33.6원이라는 점, 1분기 영업손실만 8조 원에 육박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남은 반년 동안 kWh당 5원 수준의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은 턱없이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원가의 변화, 전력도매가격 상한제 도입 등 한전의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는 변수까지 고려해도 여전히 분기마다 조 단위의 영업손실이 이어질 수 있다.
정부도 운신의 폭이 좁다. 인플레이션이 큰 걱정이고 여론의 눈치도 봐야 한다.
이날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을 결정하면서도 처음 예정된 21일부터 두 차례나 발표를 미뤘다. 27일 발표 당일에도 오후 3시 발표 예정이었다가 오후 5시로 연기되기도 했다.
한편 여권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전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정치공세를 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하는 날에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을 주제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전기요금 인상이 이전 정부의 책임임을 강조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공개 강연 전 모두발언에서 “한전이 원전은 가동 비율을 줄이고 가스와 석탄 발전 비율을 높이다 보니까 가스값, 석탄값 오르면서 결국 적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지난 정권 내내 우리 당은 탈원전 위험에 대해서 수차례 경고를 했는데 잘못은 전 정권이 하고 사과는 새 정권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