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애초 2분기에 내놓기로 한 가상화폐 백서 발간을 하반기로 연기하면서 3분기 나올 자체 개발 가상화폐 'SK코인(가칭)'의 발행시기도 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가상화폐 백서에는 SK코인을 설명하고 널리 알릴 내용을 담길 예정이었는데 백서 발간이 연기되면 일정상 SK코인 발행도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를 통한 자체 경제시스템 구축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 이프랜드 외연 확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가 존재한다면 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자산을 소유하고 사고팔 수 있게 돼 자체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
올해 3월 글로벌 누적 가입자 수 3억 명,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 2천만 명을 돌파한 네이버의 제페토도 가상화폐 '젬'을 유통하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페토에서 대체불가토큰, 아바타에 적용할 아바타를 꾸미는 아이템 등의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도 나타났다. 수익을 기대하고 제페토에 진입하려는 관련기업과 개인이 늘면서 제페토의 외연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유 사장도 제페토의 생태계가 확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경제시스템을 구축해 이프랜드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 사장은 올해 3월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내 이프랜드에 경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프랜드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올해 3월 기준 135만 명인데 SK텔레콤은 2025년까지 이를 3천만 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유 사장의 기대와는 달리 최근 테라, 루나 등의 대규모 폭락 사태로 인해 가상화폐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글로벌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더해지며 가상화폐 시장을 향한 투자 불안심리가 확산하면서 SK코인의 발행시기도 불투명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SK텔레콤이 SK코인을 활용해 SK플래닛,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드림어스컴퍼니 등을 시작으로 이프랜드와 연계하는 기업을 확대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정보통신업계 일각에서는 SK플래닛의 OK캐쉬백 서비스 회원은 2400만 명, 11번가를 이용하는 고객은 3400만 명에 이르기 때문에 SK텔레콤이 이들을 이프랜드로 끌어들이면 이프랜드의 양적 성장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SK스퀘어는 2021년 11월 가상화폐거래소 코빗에 873억 원의 투자를 단행해 2대 주주에 올랐고 2022년 5월에는 위메이드가 개발한 메인넷(독립적 블록체인 네트워크) 플랫폼 '위믹스'에도 참여했다. 이렇게 단단히 가상화폐 발행을 준비해왔지만 차질이 빚어지게 된 셈이다.
SK코인의 발행시기가 지연되면서 유 사장이 밝힌 이프랜드의 글로벌 진출 계획도 늦춰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 사장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박람회 MWC2022에서 유럽, 아시아, 중동 현지 통신사들과 협력해 이프랜드를 세계 80여 개국에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소개했다.
SK스퀘어 관계자는 "가상화폐에 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점을 건강한 생태계 조성과 투자자 보호 등에 관해 더 고민하고 면밀히 살피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최적의 시점에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가상화폐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