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3사가 CATL의 글로벌 사업 확장, 배터리 기술력 고도화 등에 따라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CATL이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기 어려운 점, 삼원계 배터리의 높은 진입장벽 등을 이유로 국내 배터리3사의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각자대표이사,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
27일 증권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직접적 배터리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3사의 시장 점유율 확대 추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완성차기업 사이 파트너십은 미래 전기차시장 선도를 위한 필수 전략”이라며 “특히 미국 자동차시장의 전기차 확산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국내 배터리기업들이 높은 점유율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국내 배터리3사의 미국 진출 전략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 스텔란티스, SK온은 포드,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통해 현지 생산거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와 단단한 협력관계는 국내 배터리3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주요한 배경으로 꼽힌다.
배터리3사의 성장은 2025년 7월 발표되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에 발맞춰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는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 비중이 최소 75%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배터리3사 미국 공장들의 배터리 양산은 신북미자유무역협정 발효를 앞뒤로 본격화한다.
다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 CATL이 국내 배터리3사의 안마당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배터리 패권다툼에 더욱 불을 지피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의 힘과 중국 정부의 지원을 타고 급격히 성장한 CATL이 해외시장 진출과 삼원계 배터리 고도화로 국내 배터리3사가 다져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6월 출시된 현대자동차그룹 기아의 신형 니로EV에는 CATL이 생산한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가 탑재됐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국내 판매 전기차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해왔다. 하지만 국내 내수용 전기차에도 CATL의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CATL의 배터리를 탑재한 니로EV는 미국에도 수출된다.
CATL은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갈등 탓에 미국에 직접 진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기차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공급하는 배터리를 늘리며 간접적으로 미국 진출에 더욱 힘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올해 1~5월 아이오닉5와 EV6가 미국에서 테슬라를 제외하고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근거로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CATL은 배터리 시장뿐 아니라 기술력 측면에서도 국내 배터리3사를 위협하고 있다.
CATL은 지금까지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주력으로 삼았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국내 배터리3사의 주력인 삼원계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에너지용량은 작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CATL은 최근 1회 충전에 1천km를 주행할 수 있는 리튬인산철배터리 ‘기린’을 공개하고 내년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국내 배터리3사의 배터리 주행거리 600km 안팎보다 1.5배가량이나 높다.
CATL은 셀, 모듈, 팩 순서로 구성된 배터리 생산과정에서 모듈을 생략해 공간 효율을 높인 셀투팩(CTP) 기술로 주행거리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기술을 삼원계 NCM 배터리에도 적용해 배터리 기술 고도화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쳤다.
미국 IT전문지 테크크런치는 CATL을 중심으로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리튬인산철배터리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27일 내놨다.
또 CATL이 현대차에 리튬인산철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고 전해졌는데 니로EV에서 볼 수 있듯 삼원계 배터리 시장 공략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리튬인산철배터리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CATL이 삼원계 배터리로도 성공적으로 발을 넓히면 국내 배터리3사의 입지에 위협이 갈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CATL의 글로벌 확장, 기술력 향상 전략이 제대로 통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CATL은 해외 배터리 판매를 늘림과 동시에 미국에 직접 배터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북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 전기차시장 공략에는 현지 생산이 필수인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탓에 CATL이 결국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반면 국내 배터리3사는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합작을 통한 방법 이외에도 미국에 단독 배터리공장을 건설하며 미국 배터리시장 선도에 공을 들이고 있다.
CATL 기린배터리나 삼원계 배터리의 완성도 역시 아직 뚜렷하게 증명된 것이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린 배터리 양산은 아직 1년이나 남은 데다 새로운 기술을 삼원계 배터리에 적용해 안전 문제를 비롯해 온전한 성능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3사는 CATL과 패권다툼과 별개로 배터리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해오기도 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발표한 정보가 워낙 폐쇄적이라 양산 뒤 성능입증 등 향후 실제 결과를 놓고 기술력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3사는 해외 생산능력 확충과 동시에 국내에서는 연구개발(R&D)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중장기 배터리사업 경쟁력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