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칠성음료가 코카콜라음료의 아성에 도전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는 제품 가격 동결을 통해서 제로칼로리음료 부문에서 코카콜라음료를 넘어서고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7일 음료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가 제로칼로리음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2분기 제로칼로리음료에서 매출 351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이 240억 원 늘어났다.
올해 증가한 탄산음료 매출이 약 286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제로칼로리음료 매출 증가가 올해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아직까지 제로칼로리음료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롯데칠성음료의 전체 음료 매출 가운데 18.8%에 머물러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앞서 2011년에도 제로칼로리음료를 시장에 내놓은 적 있지만 당시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2015년에 철수한 경험이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공감미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오해가 퍼져있었고 감미료 기술수준이 낮아 인공감미료 특유의 쓴 맛을 잡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제로칼로리음료에 대한 인기가 다시 치솟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원유가격 급등에 따라 음료의 재료로 쓰이는 원당, 오렌지, 커피, 알루미늄 등의 가격도 일제히 치솟고 있지만 당분간 음료 가격을 인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롯데칠성음료의 경쟁기업인 코카콜라음료는 2020년에 이어 2021년 12월 음료 가격을 평균 5.7% 인상했고 올해 6월 다시 평균 5% 인상을 결정했다.
코카콜라음료는 특히 6월 가격 인상의 경우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제로칼로리음료 연구개발비의 증가로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경쟁기업인 동아오츠카도 지난해 12월 음료 가격을 4~10% 올렸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도 제로칼로리음료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카콜라음료는 원가 부담 가중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음료 판매가격을 인상했다”며 “코카콜라음료와 롯데칠성음료의 판매가격 차이를 감안할 때 향후 롯데칠성음료가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전망과 달리 가격 유지를 결정한 것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원부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어 주목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미 가격을 인상해 현재는 인상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음료업계의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해 탄산음료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바 있다.
음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가격 동결 방침을 두고 제로칼로리음료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해 올해 1분기 시장점유율에서 앞지르기 시작한 코카콜라음료와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본다.
코카콜라음료는 지난해까지 국내 제로칼로리음료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코카콜라음료는 제로칼로리음료 판매량 기준 시장점유율이 2019년 92.1%, 2020년 91.9%를 기록했다.
2021년에는 롯데칠성음료가 ‘칠성사이다 제로’와 ‘펩시 제로슈거’를 시장에 내놓고 코카콜라음료를 추격하기 시작했고 이에 코카콜라음료의 제로칼로리음료 시장점유율이 57.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음료의 점유율은 37.6%였다.
코카콜라음료의 입장에서는 롯데칠성음료에게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약 20%의 격차가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후 롯데칠성음료는 추격의 속도를 올렸고 올해 1분기 제로칼로리음료부문에서 코카콜라음료를 추월한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칠성음료가 발표한 ‘2022년 1분기 경영실적 및 전략 현황’ 자료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제로칼로리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거뒀다.
제로칼로리음료 시장에서 경쟁기업이 코카콜라음료와 함께 동아오츠카 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칠성음료가 사실상 시장점유율 1위 기업에 오른 것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올해 제로칼로리음료 제품군을 기존 2개에서 5개까지 늘릴 계획을 세웠다.
롯데칠성음료가 원가 상승에도 가격 인상 압박을 참아낼 수 있다면 코카콜라음료와 제로칼로리음료부문 점유율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제로칼로리음료 시장규모는 2021년 기준 약 2200억 원에 이른다. 2019년에는 약 450억 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사이 380% 급성장한 것이다.
음료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가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어 제품가격 인상 압박을 견내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2022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426억 원, 영업이익 615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2분기보다 매출은 11%, 영업이익은 35% 늘어나는 것이다.
좋은 실적만큼 롯데칠성음료의 현금성자산 규모도 커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현금성자산은 2020년 1588억 원에서 2021년 3846억 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에는 약 4540억 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