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일부를 수출입은행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변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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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
산업은행은 30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 754만1479주를 수출입은행에 현물로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의 자본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현물 출자 규모는 주당 6만6300원, 모두 5천억 원 규모다.
이번 출자로 산업은행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은 기존 26.75%에서 19.02%로 줄어들지만 최대주주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된다.
산업은행은 수출입은행과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에 대해 공동매각과 공동의결권을 유지해 지배구조 안정화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012년 6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주주들과 지분 공동매각약정을 맺었다. 하지만 3년6개월만인 지난해 12월 지분 공동매각 약정기한이 끝나면서 주요주주들의 지분 처분이 이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이 수출입은행에 지분을 넘긴 것은 한국항공우주의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특히 해운업계 및 조선업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을 안을 가능성이 커 자기자본비율(BIS)을 높여야 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항공우주 등 자회사 지분 매각을 서두를 가능성이 떠올라 산업은행의 이번 지분 출자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올해 들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외국인 지분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27일 기준으로 외국인 지분은 21.83%까지 확대됐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처분에 조심스러운 처지에 놓여 있다. 자칫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외국인 주주의 손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주요 방산기업이고 특히 건군 이래 최대사업인 한국형전투기 체계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화테크윈과 디아이피홀딩스 등 주요주주들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했는데 이 물량은 대부분 외국인투자자들이 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지분 처분에 나설 경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지분보다 외국인 지분이 많아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이 지분을 낮추면서도 한국항공주산업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에 넘기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주요주주들의 움직임도 관심을 끈다.
현재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6%, 현대자동차가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1월 주요주주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처분했다. 당초 5% 지분 매각을 시도했으나 4%만 매각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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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한화테크윈은 두산DST 인수를 진행하고 있고 한화탈레스 지분 인수 가능성도 있어 자금이 필요하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추가로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파악한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의지가 강한데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떨어진 지금이 지분 확대의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화테크윈이 1월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처분했을 때 가격은 주당 7만1700원이었는데 현재 주가는 오히려 이보다 8%가량 낮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는 3월 지분 5%를 매각해 현재 5%만 보유하고 있다. 6월17일 보호예수기간이 만료되는데 현대자동차가 추가로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수준이 낮기 때문에 당장 지분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두산그룹의 디아이피홀딩스는 1월 한화테크윈의 뒤를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전량 처분했다. 두산그룹은 방산분야에서 완전히 철수해 다시 방산분야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