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빙그레는 올 여름 빙과 성수기에 빙그레 웃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지켜온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롯데푸드에게 내줘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빙과업계에서는 빙그레가 7월 초대형 식품기업으로 탄생하는 롯데제과에 맞서기 위해서 그동안 늦춰진 해태아이스크림과의 시너지 내기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빙그레는 2020년 10월 1325억 원에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국내 아이스크림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빙과업계에서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제품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을 키우는 등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빙그레는 그동안 해태아이스크림과 원재료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등의 합병 효과만 거두고 해태아이스크림의 경영 정상화와 내부시스템 정비에 집중하느라 본격적인 협업은 아직 시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로 늘었던 매출 증가 폭이 지난해부터 한자리대로 낮아졌다”며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과 운송보관비 증가세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적자 폭이 많이 축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1420억 원, 영업이익 264억 원을 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19.1%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3.8% 급감했다.
빙과업계에서는 빙그레가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바라본다.
빙그레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매출이 증가하는 등 외형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로 해외사업에 나서면 충분히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그동안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등 인기 제품을 앞세워 북미시장과 동남아시아시장을 주로 공략해왔다.
메로나는 미국을 포함해 해외 16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메로나는 국내에서 미국에 수출한 모든 아이크림 종류 가운데 70%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붕어싸만코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미국, 중국, 브라질 등 18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3월 '슈퍼콘'을 홍콩에 출시하며 중화권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빙그레는 이에 힘입어 아이스크림부문 매출이 2019년 298억 원, 2020년 365억 원, 2021년 427억 원을 거두는 등 성장세를 이뤄왔다.
빙그레는 자사의 해외 유통망을 통해 해태아이스크림의 대표 상품인 '부라보콘', '탱크보이' 등의 판매를 본격화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빙그레 입장에서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협업이 더욱 중요해진 이유는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 완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롯데제과는 7월1일자로 롯데푸드와의 합병을 마무리한다. 롯데제과는 30.6%, 롯데푸드는 14.6%의 국내 빙과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롯데제과는 단순합산만으로 약 4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40% 점유율을 가진 빙그레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제과는 올해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조달한 자금을 활용해 러시아와 인도,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등의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롯데제과는 아이스크림부문 수출에서 2019년 70억 원, 2020년 114억 원, 2021년 137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빙그레와 비교해 아직은 3분의 1 수준이지만 롯데제과가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다면 그 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 매출은 아직 미미하지만 중요한 미래 전략 자산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지 않는 만큼 해태아이스크림의 해외 매출을 키우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내려 한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