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포스코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포스코 창립요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포스코홀딩스가 국민기업이라는 멍에를 벗어던져야 한다는 자료를 직원들에게 배포한 점 등을 놓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포스코 창립요원들은 포스코의 출범을 함께했던 원로들로 황경로 2대 포스코 회장과 안병화 전 포스코 사장, 이양수 전 거양상사 회장, 여상환 전 포스코 부사장 등 9명이다. 애초 34명이었지만 25명이 타계하고 현재 9명이 활동하고 있다.
포스코 창립요원들은 성명서에서 “최정우 회장에게 직접 우리의 의사를 통보하려 했으나 극구 대면을 회피해 성명서를 내게 됐다”며 “창립 멤버들을 대표해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재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하는 뜻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고 정부의 지분이 없으니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고 주장한 포스코홀딩스 경영진과 관련해 “포스코의 자랑스러운 창업정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성공의 역사 등을 한꺼번에 묻어 버리려는 심대한 과오”라고 비판했다.
이어 "올해부터 포스코 교육재단 학교에 지원을 중단한 점과 정비와 설비 교체의 무리한 절감으로 산재사고 급증이 우려된다"며 “회사의 가장 귀중한 정신적 자산을 스스로 던져 버리려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포스코 창립요원들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최 회장에게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도 경영철학으로 기업시민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포스코 원로들의 쓴소리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기업시민은 일반시민들처럼 기업에게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일정한 권리와 책임이 주어진다는 뜻이다. 다른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 사회적 책임을 앞세우는 것과 비슷하다.
포스코 창립요원들이 포스코그룹 경영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사내에서 존경받는 원로들인 만큼 최 회장으로서는 내부 리더십 확보 차원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 회장은 포스코 창사 이후 최대 실적 기록을 쓰면서 경영 능력 부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업황 호조를 타고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76조4천억 원, 영업이익 9조2천억 원을 거뒀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32.1%, 영업이익은 283.8% 증가했다.
이는 포스코가 2010년 국제회계기준에 맞춰 실적 공시를 낸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최대 실적이다.
이뿐 아니라 최 회장은 재무건전성 확보에 꾸준히 노력하면서 지주사 전환 뒤 포스코그룹의 성장동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3월 포스코홀딩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새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4월25일 실적 콘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연결기준 8조9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2021년 투자 목표 6조8천억 원과 비교해 30.88%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경영성과와 별개로 포스코 원로뿐 아니라 주력 자회사 포스코의 본사가 있는 포항 지역사회에서도 최 회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 회장이 '기업시민’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포스코그룹이 뿌리인 포항 지역사회로부터 질책을 받는 상황 역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포스코홀딩스는 본사 주소 문제를 놓고 포항시와 갈등이 불거진 뒤 이를 극적으로 봉합했지만 포항시민들은 여전히 최 회장의 기업시민 철학에 대해 의구심 섞인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최 회장은 4월7일 열렸던 포항 포스코케미칼 2차전지 공장 착공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홀딩스 지주사의 포항 문제를 놓고 최고경영자 차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최 회장은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
김익태 포항 범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최 회장이 아직까지 지주사 및 미래기술연구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명확하게 매듭을 짓지 않고 있다”며 “최 회장은 여전히 포항 지역 시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있어 지역사회 내부에서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