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민규 기자 mklim@businesspost.co.kr2022-04-10 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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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소건설사들의 국내외 사업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건설사들은 철근 등 원자재 상승 부담이 커지는 데다 브랜드가치 양극화로 도시정비사업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아파트 공사현장. <연합뉴스>
10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말을 종합하면 5월 출범할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로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과 달리 중소건설사들은 갈수록 사업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내 철강업계는 철근 가격을 지난 2월 톤당 3만1천 원 인상한 데 이어 3월 2만6천 원 추가 인상을 단행해 4월 철근 기준가격은 톤당 104만 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초의 70만 원 초반에서 약 50% 가량 상승한 것이다.
이는 철근의 원재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 1년 동안 66.7% 뛰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과정에서 중소건설사들은 대형건설사에 비해 더 큰 부담을 안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철강회사들과 연간 또는 분기별 계약을 맺으며 단가를 낮춰 공급받는 반면 지방의 중소건설사들은 수요 발생시 마다 유통가격으로 철강을 구입해야 해 부담이 더욱 크다.
철강업계는 철스크랩 가격이 상승세고 전기료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 철근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원가에서 재료비는 약 3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철근 비중이 가장 높아 중소건설사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도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3월 건설공사가 본격 시행되지 않는 상황임에도 대부분의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자재수급 대란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4월 이후 성수기에 접어들게 되면 중소 건설업체는 신규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완화에 따른 수혜도 중소건설사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50만 가구 공급을 내세우며 재건축 규제완화를 공약했다. 공급량을 늘리면 그만큼 건설사들이 이익을 보게 되지만 재건축·재개발에서 중소건설사들에 돌아갈 몫은 작을 것이란 시선이 우세하다.
실제로 시공능력평가 10위 바깥의 건설사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합원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아파트를 원하는 데다 대형건설사와 중소건설사의 브랜드 인지도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형건설사들은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선보이며 브랜드 가치를 공고히 했다. 이것도 모자라 최근엔 단지 한곳에만 적용하는 ‘특화브랜드’까지 내놓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이 재건축단지에 적용되는 브랜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집값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집값이 더 오를 만한 브랜드를 달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대형건설사들은 자회사를 통해 그동안 중소건설사들의 텃밭이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
GS건설은 자이S&D로, 대우건설은 대우에스티를 통해 중소규모 주택브랜드인 ‘자이르네’와 ‘푸르지오 발라드’를 각각 선보였다.
브랜드 이름에 ‘자이’와 ‘푸르지오’를 넣어 주력 브랜드의 가치를 담은 것으로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시장에서 중소건설사들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미뤄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시공자 선정 입찰에 프리미엄 브랜드를 보유한 건설사들이 들어오지 않자 조합원들이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과반수가 불참하거나 기권·무효표를 행사해 시공사 선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대도연립의 소규모재건축조합은 지난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금호건설과 반도건설, 한양이 수주에 공을 들였지만 두 차례 시공사 선정 투표를 진행했음에도 과반수 득표를 인정받지 못해 3개사 모두 시공사로 선정되지 못했다.
결국 금호건설의 품에 안기긴 했지만 두 번 연속 시공사 선정이 지연된 것을 놓고는 당시 조합원들이 대형건설사를 원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재건축 대상 단지들은 유명 브랜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며 “관련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건설사들 중심으로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