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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형 보험사 10곳과 보험개발원 관계자들이 3월4일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를 위한 시스템 공동구축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보험환경의 격변 속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국 생명보험사들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중소형 보험사는 자본을 확충할 여력이 부족해 더욱 고민이 깊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해 싼값에 팔리면서 생명보험업계가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중소형 보험사들이 국제회계기준 2단계의 도입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는 2020년부터 현재 시점의 가치평가를 반영하는 국제회계기준 2단계를 적용받는다.
국내 생명보험사 25곳은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연 5% 이상인 확정이율 보험상품의 보험료로 143조 원을 적립했다. 이는 전체 보험료 적립금의 70% 수준이다. 고금리 확정이율 보험상품의 보험금 지급부담이 향후 부채 증가와 자본 감소로 고스란히 이어지는 셈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3사는 대규모 컨설팅을 진행하고 부동산자산을 매각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보험사는 국제회계기준 2단계 도입에 맞춰 회계시스템 구축을 준비하는 단계부터 자금여력의 부족을 겪고 있다.
중소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회계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계리사는 대형 보험사에 쏠려 있으며 외부컨설팅을 받는데도 몇십억 원이 들어 부담이 크다”며 “2020년 전까지 증자로 자본금을 늘릴 여력을 보유한 회사의 수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보험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알리안츠생명의 ‘헐값 매각’ 때문에 쉽지 않은 형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최근 중국 안방보험에 단돈 35억 원에 팔렸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올해부터 솔벤시II 규제를 받게 되면서 향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리안츠생명을 싸게 매각했다.
솔벤시II 규제는 국제회계기준 2단계처럼 보험자산과 부채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래의 예상 손실을 현재 자산가치에 포함해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알리안츠그룹은 막대한 손실을 내고 있던 알리안츠생명을 빨리 털어버린 것이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대부분 알리안츠생명처럼 이전에 고금리 확정이율 상품을 많이 팔았던 점 때문에 순이익 감소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들도 향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알리안츠생명처럼 자산보다 훨씬 싼 값에 팔릴 가능성도 커졌다.
중국 안방보험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국의 생명보험사들을 인수한 뒤 저축성보험 영업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중소형 보험사의 가치를 떨어뜨릴 원인으로 꼽힌다.
중소형 보험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방카슈랑스에 의존해 단기수익성이 높은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안방보험에서 지난해 인수한 동양생명이 똑같은 사업모델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다른 중소형 보험사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 몰리고 잇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ING생명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큰 몸집과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중소형 보험사들에게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며 “중소형 보험사들이 연쇄적으로 헐값에 중국계 자본이나 대형 보험사에게 팔리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