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월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비즈니스포스트] “중앙은행의 존립 기반은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송별간담회에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한마디로 한 말이다.
이 총재는 “신뢰라는 것은 말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며 “후배들도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로 일한 8년 동안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재로서 80차례 가까운 통화정책 회의를 주재했는데 어느 것 하나 쉬었거나 중요하지 않았던 회의는 없었다”며 “국내외 환경과 비경제적 요인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상시화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코로나19 대응을 꼽았다.
이 총재는 “고심의 산물로 전례 없는 정책 수단을 동원했다”며 “다행히 그런 정책대응의 효과가 나타나서 금융시장이 빠르게 불안이 진정되고 경제 회복이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과제로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 총재로 8년 동안 일하면서 기준금리를 9차례 인하하고 5차례 인상했다. 2014년 취임 당시 2.5%였던 기준금리를 2020년 0.5%까지 인하했다가 올해 1.25%까지 끌어올렸다.
이 총재는 역대 한국은행 총재 가운데 3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총재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77년 한국은행에 들어가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요직을 거쳐 2014년 한국은행 총재에 취임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글로벌파이낸스가 발표하는 중앙은행 총재평가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