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2-28 17: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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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러시아를 향한 금융제재를 강화하면서 국내 금융권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러시아에 법인을 세우고 그동안 적극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온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사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 하나은행(왼쪽)과 우리은행 로고.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러시아를 향한 금융제재가 길어지면 러시아 관련 채권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충당금이 크게 늘어나고 일정부분 수익성 훼손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현재 러시아에 진출해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2곳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현지법인을 세우고 러시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은행 러시아법인인 ‘러시아우리은행’은 2020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3900억 원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러시아우리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우리은행은 한국계 기업과 주재원, 교민, 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뿐 아니라 현지인과 현지기업을 대상으로도 영업을 하며 기업금융(IB)여신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 확장을 위해 자본금 증자를 결정하고 올해 상반기 안으로 자본금 납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계획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러시아우리은행 자본금 증자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위기대응 비상계획을 가동해 상황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합병을 통해 2014년 러시아에 본격 진출했다.
합병전 외환은행은 2014년 러시아에 현지법인인 러시아한국외환은행(현재 러시아KEB하나은행)의 문을 열고 본격적 영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개점식에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러시아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이 지분 99.99%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 말 기준 자산규모가 8732억 원에 이른다. 러시아우리은행보다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러시아KEB하나은행 역시 현지 법인영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외환은행은 2008년 한국계 기업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무소 형태로 러시아에 처음 진출한 뒤 사업 확장을 위해 러시아 감독당국으로부터 법인영업 인가를 받고 2014년 러시아KEB하나은행을 설립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러시아 금융제재가 장기화하면 현지 채권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충당금이 늘어나면서 올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보유한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각각 2960억 원과 2664억 원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의 경우 충당금을 20% 이상 적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난해 3분기 익스포저에 단순 적용하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러시아사업 관련 충당금은 각각 500억 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충당금 비용으로 각각 2478억 원과 1970억 원을 인식했다. 러시아 금융제재가 길어져 3개월 이상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이것만으로도 충당금 비용이 지난해보다 각각 20% 이상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각 은행들이 러시아 상황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를 '고정'보다 나쁜상태인 ‘회수의문’으로 규정한다면 충당금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회수의문은 3개월 이상 연체된 자산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심각히 낮은 채권을 뜻하는데 이 경우 충당금 적립률은 50%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충당금은 원인이 국제적 위험이든 전쟁이든 상관없이 개별채권의 회수 가능성을 보고 적립비율을 결정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라 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판단되면 충분히 추가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전쟁이 본격화해 실제 사상자가 발생하고 피해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서방진영은 26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며 “서방진영의 탈 러시아 행보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한국정부도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에 적극 동참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오늘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등 금융제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며 “금융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의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현재 대응반을 운영하며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금융당국과 함께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