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 공모가는 애초 희망공모가 범위 5만7900원~7만5700원 가운데 하단에 가깝게 결정될 가능성 큰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참여 열기가 뜨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 경쟁률과 확정 공모가 등의 내용을 28일 장 마감 이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주 흥행에 실패한 만큼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다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상장 철회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이 예정대로 진행됐을 때 정 회장은 보유 주식 890만3270주의 60%인 534만1962주(7.03%)를 구주 매출로 처분해 현금화한다.
이를 통해 정 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3천억 원대 초반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은 2004년 현대엠코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여기에 모두 374억 원을 들였다. 그 뒤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을 통해 지금의 지분구조를 완성했다.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 뒤 구주매출로 쥘 현금과 남은 지분가치를 더하면 5천억 원이 넘는다. 현대엠코에 투자한 지 18년 만에 약 13배가량 수익을 거둔 셈이다.
이뿐 아니라 앞서 정 회장은 올해 초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으로 2천억 원의 자금을 이미 확보해뒀다.
정 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은 5일 현대글로비스 지분 3.29%과 6.71%를 각각 사모펀드 칼라일에 블록딜 형태로 매각했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이 기존 23.29%에서 19.99%로 낮아졌지만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정 회장은 2008억 원, 정몽구 명예회장은 4105억 원을 손에 쥐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이 올해만 현대차그룹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약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확보한 자금까지 고려하면 정 회장 부자가 올해 지분 매각 및 구주매출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선 정 회장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올해 현대차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정 회장의 그룹 핵심계열사 지배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3사 지분을 현대차 2.6%, 기아 1.7%, 현대모비스 0.3% 만 쥐고 있다.
이에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핵심인 현대차의 1대주주가 현대모비스이기 때문에 정 회장으로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추가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과거 실패사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다양화될 수 있지만 어떤 방식이든 올해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 해가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